송파을 선거구가 지금과 같이 획정된 것은 17대 총선부터다. 이후 줄곧 보수 정당 출신 국회의원을 배출해낸 송파을은 ‘보수의 텃밭’으로 통했다. 하지만 20대 총선 때 ‘옥새 파동’으로 새누리당이 송파을에 무공천한 덕에 최명길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입성한 것을 기점으로 보수 일변도였던 이 지역의 기류가 바뀌기 시작했다. 지난 대선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에 40% 넘게 표를 몰아준 송파을이 이번에도 민주당의 손을 들어줄지 여부가 6·13 재보궐선거의 최대 관전 포인트다. 일단 여론조사 결과는 최재성 민주당 후보의 압승이다. 지난 4일 코리아리서치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 후보의 지지율은 39.2%로 배현진 자유한국당 후보(18.4%)와 박종진 바른미래당 후보(6.3%)를 크게 앞선다.
‘문 대통령의 복심’ 최 후보는 여론조사 1위답게 세대를 아우르는 지지도를 보였다. 잠실역에서 만난 대학생 고모(22)씨는 “문 대통령 지지자라서 최재성 후보에 마음이 간다. 아무래도 정부에 힘을 실어줘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반려견과 산책을 하던 잠실본동 주민 한모(55)씨도 “자유한국당이 싫기도 하고 최 후보가 3선이라는데 일을 잘할 것 같다”고 지지 이유를 설명했다. 버스를 기다리던 박모(62)씨도 “내 주변은 다 1번을 뽑는다더라. 다행이다”라며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변수는 ‘부동산’이다. 잠실 주공5단지 등 아파트 단지 민심은 민주당에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재건축을 앞둔 대단지 아파트가 많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 현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에 대한 반감이 큰 탓이다. 이에 야당 후보들은 ‘재건축 문턱을 낮추겠다’며 표심을 파고들었다. 배 후보는 30년 지난 노후주택은 재건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보유세 인상을 막겠다는 공약을 내세웠고 박 후보는 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약속했다. 송파에서 25년을 살았다는 신모(58)씨는 “여당은 보유세를 올린다는데 야당 후보들은 1가구 1주택자는 면제해준다고 하더라”며 “그래서 박종진 후보를 뽑을 것”이라 말했다. 잠실 재건축 아파트의 대장주 격인 주공5단지 주민 이모(72)씨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강한 거부감을 내비쳤다. 그는 “요즘 경제가 말이 아니다. 나는 돈이 있으니 상관없지만 내 자식들이 문제”라며 “여론조사는 민주당이 된다는데 내 주변은 다 2번이다. 부동산 때문에라도 1번은 절대 안 된다”며 고개를 저었다.
/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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