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에 ‘아이스버킷 챌린지’ 바람이 불고 있다. 루게릭 환자들을 위한 요양병원 건립이라는 취지에 공감한 많은 연예인들이 SNS를 통해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그러나 참가자들이 불어나면서 일부 시선은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 물벼락을 뒤집어 쓴 연예인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번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지난달 29일 승일희망재단 공동대표인 가수 션의 영상으로 시작됐다. 션은 자신의 SNS에 재단 공동대표인 전 농구선수 박승일과 함께 등장해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영상을 게재하며 “토지 위에 빨리 벽돌 한 장 씩을 올려 승일이의 꿈을 이뤄주고 싶다”는 말과 함께 배우 박보검과 다니엘 헤니, 소녀시대 수영을 지목했다.
이후 취지에 공감한 연예인들이 두 팔을 걷어붙이고 캠페인 홍보에 나섰다. 여진구 이준혁 박나래 이시언 서현 아이유 강승윤 전현무 한혜진 강한나 등을 비롯해 현재까지 100여 명이 넘는 연예인들이 참여했다.
동참하는 연예인이 늘면서 캠페인의 취지보다 본인 홍보를 목적으로 참여한 것 아니냐는 시선도 등장했다. 많은 연예인들이 영상에 복사·붙여넣기 한 문구에는 이번 아이스버킷 챌린지의 구체적인 목적과 기부금 사용처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 ‘루게릭 환자들을 응원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물을 뒤집어쓴 뒤 다음 차례를 지목하고 해당 문구만 복사·붙여넣기한 일부 참가자들을 향해 ‘이번 아이스버킷 챌린지의 목적을 제대로 알고 있느냐’는 말이 나온다. 좋은 취지의 캠페인을 불편한 시선으로 볼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 다수지만 흘려들을 부분은 아니다.
이 가운데 각자만의 방식으로 아이스버킷 챌린지의 의미를 높이는 참가자들이 돋보이고 있다. 걸스데이 소진, 위키미키 최유정, 배우 고원희, 장근석 등은 자발적으로 퍼포먼스와 기부를 함께하며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개그맨 김숙은 정기후원을 통한 지속적인 관심을 약속했다. 가수 예은과 배우 김소현 아이스버킷 챌린지 참여 방법과 승일희망재단의 기부 계좌 정보까지 세세하게 올려 적극적으로 캠페인을 홍보했다.
승일희망재단 측은 “이번 아이스버킷 챌린지의 목적은 사람들에게 (루게릭 환자 요양병원 건립에)동참해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라며 “아이스버킷 챌린지 자체만 확산시키는 것이 실제 환우들에게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다. 캠페인을 통한 기부금 모금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캠페인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였으면 한다”며 “루게릭 병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동시에 병원 건립 기금이 많이 마련되고, 정부에서도 인식 전환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루게릭 병을 앓고 있는 박승일 공동대표는 1990년대 이상민, 우지원, 문경은, 서장훈, 김훈 등과 함께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던 농구대잔치 시절 연세대 선수였다. 짧은 프로생활 이후 코치로 활동하던 2002년 루게릭 병을 진단받았다.
이후 박승일 공동대표는 2011년 션과 함께 승일희망재단을 설립하고 꾸준히 루게릭 요양병원 건립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5월 경기도 용인시에 병원 건립을 위한 부지를 마련했고, 현재는 승일희망재단을 통해 요양병원 건립 기금을 후원받고 있다.
승일희망재단 관계자는 “지난해 병원 건립을 위해 40억 원이 모금됐고, 부지 마련에 21억 원을 사용했다”며 “앞으로 병원 건축에 필요한 돈은 40억 원 정도다. 허가 기준에 맞게 재단에서 요건을 갖춰야 하는 것들이 많다. 기부금 모금 이후 기관 심사 등 한 단계씩 루게릭요양병원 건립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다운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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