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보고 빨갱이라 카는데 우에 표를 주는교”
경남 창원시 성산구 성남동에서 20년 넘게 거주한 주부 이숙희(53)씨는 경남도지사 선거 분위기를 묻자 이같이 답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빨갱이’ 발언이 도민들을 모욕했다는 반응이었다.
6·13지방선거를 열흘 앞둔 지난 8일 경남 창원을 찾았다. 창원은 인구 100만으로 경남에서 가장 큰 도시다. 그만큼 경남 선거의 바로미터로 꼽힌다.
시민 대부분 이번 선거를 ‘김경수 대 김태호’가 아닌 ‘김경수 대 홍준표’로 바라봤다. 격전지가 되면서 친문 핵심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직전 경남지사인 홍 대표의 대결 구도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김태호 한국당 후보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덜했다.
시민들은 홍 대표의 막말 논란을 문제 삼았다. 특히 이달 초 “창원에는 원래 빨갱이들이 많다”고 말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위기다. 대학생 정준혁(26)씨는 “미투와 드루킹 탓에 민주당에 표를 줘야 할지 모르겠다”면서도 “빨갱이 발언 때문에 한국당에는 마음이 가질 않는다”고 말했다. 창원 토박이인 김모(71)씨도 “홍 대표가 표를 다 깎아 먹었다”며 “물길이 흐르는 대로 둘 줄도 알아야지, 딴죽만 걸면 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경수 후보에 대한 인기는 후보 자체보다 ‘민주당 후보’란 점이 표심에 크게 작용했다. 40대 주부 김모씨는 “여기는 원래 빨간당인데 많이 달라졌다”며 “보수가 부끄러우니 여당을 밀자는 분위기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드루킹 사건이 김경수 후보에 대한 관심도를 끌어 올렸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황지현(40)씨는 “드루킹 때문에 시골 분들도 김경수에 대해 많이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보수성향이 강한 지역이었지만 최근 민주당 바람으로 ‘세대 격차’가 뚜렷해졌다는 설명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샤이보수’도 만만치 않았다. 보수정당에 대한 인기가 사그라들면서 보수라고 밝히기를 꺼리는 유권자가 상당했다. 보수성향이 상대적을 강한 50~60대 이상은 ‘어느 후보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대답하고 싶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창원중앙역에서 만난 장모(63)씨는 “창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 덕분에 큰 도시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창원의 발전을 보고 자란 우리 같은 사람들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고 답했다. 30년 넘게 창원에서 택시를 몰고 있는 이모(60)씨는 “보수에 실망해 선거 이야기를 꺼리는 사람이 제법”이라면서 “선거 당일 투표장에 나오는 보수층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류호기자 rho@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