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력 남용과 인종 차별로 논란을 일으켰던 미국 시카고 경찰이 죄 없는 10세 흑인 소년에게 수갑을 채우고 취조한 사실이 드러나 미국 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8일(현지시간) 미국 주요 언론에 따르면 시카고 남부에 사는 초등학교 4학년생 마이클 토머스(10)는 지난 6일 할머니 집 앞에서 놀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소년에게 수갑을 채우고 순찰차 후드에 기대서게 한 채로 15분간 신문했다.
목격자가 지역 방송사에 제보한 동영상에는 소년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울먹이며 경찰에 답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긴장해 소변을 지린 듯 바지가 젖어있기도 하다.
경찰은 “‘푸른색 옷을 입은 12세 흑인 소년이 총을 든 채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닌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 출동했다”며 용의자와 인상착의가 비슷한 소년이 경찰차를 보고 달아나 용의자로 판단하고 붙잡아 수갑을 채웠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소년의 할머니는 손자임을 밝히고 체포 이유를 물은 후 “보다시피 그 아이는 무기를 소지하지 않았다. 옷을 들춰봐도 아무 것 없지 않나”라며 수갑을 풀어줄 것을 요청했으나 묵살당했다.
소년의 어머니는 “이제 겨우 열살인 아이에게 어떻게 수갑을 채울 수 있나. 아이가 받은 충격과 상처는 평생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소년은 당시 상황에 대해 “너무 무서워서 울었다. 경찰관들은 내가 소년원에서 탈출했고 총을 갖고 있다고 말했는데, 나는 소년원에 가지 않았고 총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에디 존슨 시카고 경찰청장은 “경관들은 용의자 수색 과정 행동지침과 절차를 따랐을 뿐”이라며 “안전상 이유로 수갑을 채운 것”이라 해명했다. 이어 “소년의 깊은 상처를 염려하는 가족들 마음에 공감한다”면서 “내부조사 지시를 내렸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시카고 경찰은 3년 전 백인 경관이 17세 흑인 절도 용의자에게 16발의 총격을 가해 사살한 사건을 벌인 바 있다.
/김진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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