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인은 처음으로 멜로드라마 남자주인공을 맡아 순식간에 대세로 떠올랐다. 주연의 부담, 최고의 여주인공과의 호흡 등 우려도 있었으나 맡은 몫 그 이상을 해냈다. 서준희 그 자체인 듯한 정해인의 모습은 TV보는 누나들의 마음을 온통 헤집어놨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손예진의 JTBC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극본 김은, 연출 안판석, 이하 ‘예쁜 누나’) 종영 인터뷰가 진행됐다.
‘예쁜 누나’는 그냥 아는 사이로 지내던 두 남녀가 사랑에 빠지면서 그려가는 진짜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정해인은 게임희사 아트 디렉터 서준희 역을 맡아 누나 친구 윤진아로 분한 손예진과 설레는 멜로 호흡을 선보이며 호평을 얻었다.
작품에 임한 배우들이 입을 모아 한 말이 있다. “촬영이 끝나가는 게 아쉬웠다”는 것. 정해인도 마찬가지였다. “종영 날짜가 다가오지 않기를 바랐던 작품”이라며 “작품이 끝나면 항상 후련함, 시원섭섭함이 남기 마련인데 이번 ‘예쁜 누나’는 표현하기에 너무 부족하다. 헛헛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해인은 ‘예쁜 누나’를 통해 배우로서 껑충 성장했다. ‘멜로퀸’ 손예진과 호흡을 맞추는 것이 부담스러웠음에도 이를 극복하고 매 회 시청자에게 설렘을 안겼다. 그는 첫 방송부터 ‘대세 연하남’ 타이틀을 얻었으나 자신을 향한 시선의 무게를 확실히 알고 있었다.
“이전 작품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은 것을 실감하고 있다. 그래서 내 연기에 대해 책임감이 들었다. 나를 봐주시는 분들이 이전보다 더 많아졌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연기가 내 명함이다. 책임감을 가지고 연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들었다. 좋은 부담감이다.”
상대배우가 손예진이라 더 부담스러운 점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5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하는 선배에게 누가 되면 어쩌나 걱정이 됐던 것. 부담 탓에 “초반 연기하는데 어색함이 드러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런 그를 잡아준 것이 바로 손예진이었다.
“하루는 촬영 끝나고 장문의 문자를 보내주시더라. 너는 서준희 그 자체니까 어색하면 어색한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연기를 하면 좋겠다고 해주셨다. 그게 촬영기간 동안 힘이 됐다. 문자를 캡처해서 촬영기간 내내 봤다. 선배님은 저를 동료나 후배 이전에 사람으로서 존중해주셨다. 그래서 저도 더 존중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러면서 좋은 호흡이 나왔던 것 같다.”
정해인의 말대로 두 사람의 호흡은 더할 나위 없었다. 여기에는 정해인의 성실함과 영특함도 큰 몫을 했다. 손예진은 앞서 정해인을 두고 “현장에서 받아들이는 유연성과 융통성이 엄청나다”고 칭찬했다. 시청자들 또한 정해인이 서준희라는 캐릭터를 200% 살렸다고 호평했다. 이에 대한 비결을 묻자 정해인은 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
“대본을 엄청 많이 봤다. 소리 내서 읽으면 어떤 틀에 갇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눈으로 계속 읽었다. 이 신에 어떤 목적이 있는지 분석해놓으면 현장에서 어떤 디렉션을 받아도 수용할 수 있는 말랑말랑함이 생긴다. 감독님께서 고마워하고 좋아하셨다. 융통성은 기본적으로 들으면 된다. 말을 듣고 눈을 보고 느끼면 된다. 자기 연기만 하면 답이 안 나온다. 배우이기 전에 상대를 존중하고 인정하면 되는 것 같다.”
두 사람의 열정 덕분에 “실제로 사귀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꼬리를 이었다. 마치 갓 만나기 시작한 연인과도 같은 호흡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손예진이 그랬듯이 정해인 또한 이런 반응을 알고 있었다. 그의 답변은 ‘사람일은 모르는 것’이었다.
“(손예진) 누나가 그랬다. 우리가 하는 일은 다큐멘터리가 아니고 드라마라고. 다 거짓말이지만 매 순간 진심을 다해 연기하려고 노력하는 거다. ‘사귀는 것 아니냐’는 말씀을 해주시면 누나와 저의 진심이 어느 정도는 전달됐구나 생각이 든다. 너무 뿌듯하고 감사하다.”
실제로 사귈 가능성을 또 물어봤다. 이 질문은 앞서 손예진이 받고서는 정해인에게 답을 넘겼던 바 있었다. 손예진의 답을 궁금해하던 정해인은 서준희처럼 서글서글하게 웃으며 “글쎄. 사람 일은 잘 모르는 거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일단 편하게 연락은 하고 있다. 예전처럼 어색하고 어려운 선배가 아니라 가장 편하고 얘기를 잘 들어주시는 좋은 선배, 누나가 생긴 거다. 그러나 작품을 같이 한 것이지 사람을 겪은 건 아니다. 1년 뒤에도 편하게 연락을 드릴 수 있는 선배로 지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이어 그는 손예진이 배우로서, 또 사람으로서 어땠는지 진심을 담아 설명했다.
“어떤 수식어나 형용사로도 표현할 수 없는 누나다. 정말 좋은 사람을 얻은 것 같아서 행복하다. 많은 걸 배웠다. 제가 드라마에서 첫 주연이었는데 주인공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걸 깨닫고 배울 수 있게 해준 고마운 분이다. 함께해서 영광이었다.”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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