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라면 필연적으로 지고 가야 할 관심의 무게. 정해인은 자신을 향한 기대를 잘 알고 있었다. 스타가 아닌 배우로 가는 길, 그는 그 어려운 길을 가겠다며 ‘일희일비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손예진의 JTBC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극본 김은, 연출 안판석, 이하 ‘예쁜 누나’) 종영 인터뷰가 진행됐다.
‘예쁜 누나’는 그냥 아는 사이로 지내던 두 남녀가 사랑에 빠지면서 격게되는 현실적인 연애이야기를 담은 작품. 정해인은 게임희사 아트 디렉터 서준희 역을 맡아 누나 친구 윤진아로 분한 손예진과 설레는 멜로 호흡을 선보였다.
정해인에게 ‘예쁜 누나’는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처음으로 멜로 주연을 맡았고, 로맨스의 여왕 손예진과 연인 호흡을 맞췄으며 결과적으로 ‘대세 연하남’이라는 수식어까지 얻었다. 주목하는 시선이 많아짐에 따라 구설수도 생겼다. 지난달 열린 제54회 백상예술대상에서는 단체사진 촬영 시 선배들을 제치고 가운데에 섰다는 ‘센터 논란’에도 휩싸였다.
“그렇게 큰 시상식은 처음이었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있고 선배님들이 계시고 정신이 없었다. 스스로는 안 떨린다고 생각했는데 몸이 굳은 거다. 극도로 긴장해서 표정도 이상하더라. 조금 더 주변을 살피고 여유를 찾았어야 됐는데 그러지 못했다. 앞으로 어떤 자리에서든 더 주의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과분한 상 덕분에 큰 배움을 얻었다.”
‘인간 정해인’에 대한 오해도 솔직히 털어놨다. 자신은 서준희보다 덜 완벽하고 미성숙한 존재라는 것. “많이 부족한 남자다. 마냥 밝을 줄 아시는데 그렇게 밝은 사람은 아니다. 긍정적인 삶을 살고 있지만 서준희만큼 밝지는 않다. 냉소적인 면도 있다”고 말했다.
“나는 감정을 반으로 깎는다. 기뻐도 크게 기뻐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슬퍼도 어차피 지나가니까 반만 슬퍼하려고 한다. 쉽지는 않지만 일희일비 안 하려고 하는 거다. 맥주를 따라놓고 친구랑 대화하다 보면 거품이 사라져있지 않나. 그것이랑 똑같다고 생각한다. 거품 같은 거다. 결국 다 사라지게 돼 있다.”
SSBS ‘당신이 잠든 사이에’,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거쳐 ‘예쁜 누나’까지. 근래에 많은 주목을 받은 그는 지금 중요한 기로에 서있다. 한 두 작품으로 반짝 인기를 얻은 청춘스타에 머무를 수도, 폭넓은 연기 세계를 보여주는 배우가 될 수도 있다. 앞으로의 행보와 그에 따르는 성적을 고민할 수밖에 없을 터.
정해인은 “신경을 안 쓸 수는 없다. 스타로 가느냐 배우로 가느냐의 차이인 것 같다”면서도 “연기로 보여드리겠다”고 소신 발언을 이어갔다. 아직은 시나리오를 보는 눈이 부족해서 많은 걸 읽어보고 안목을 길러야겠지만, 그래도 최대한 빨리 돌아올 생각이라고.
“빠른 시일 내에 차기작을 정할 마음이 있다. 그렇지만 절대 조급함이나 조바심은 없다. 다음 작품이 망할 수도 있겠지만 연기는 계속 할 거다. 작품마다 저에 대한 타이틀이 바뀌는 게 궁극적인 목표가 아닐까. 배우가 가져야 할 숙제인 것 같다. 그래서 일희일비하지 않고 묵묵히 나아갈 거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서는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정해인을 흔드는 것이 과연 있을까. 곰곰이 생각하던 그는 “아직은 없는 것 같다. 하루하루 감사하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하나 있다면 제 집을 구하는 거다. 쉽지 않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꾸밈없이 솔직한, 마지막까지 그 다운 대답이었다.
“벌써 31살이다. 마흔까지 엄마 아빠랑 같이 살 수는 없지 않나. 그런데 집값이 너무 비싸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진짜 솔직한 제 심정을 말씀드리는 거다. ‘예쁜 누나’에서도 실제로 집값을 계속 물었다. 위치나 라이프스타일 등 여러 지점을 타협해야 되는데 쉽지 않더라. 지금은 이게 나를 가장 흔들고 있다.”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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