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0일 북미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안전을 위해 모두 3대의 항공기를 띄운 것으로 확인됐다.
항공기를 3대나 띄운 데다 비행 도중 편명을 바꾸는 등 ‘첩보비행’ 수준으로 비행해 김 위원장의 이동 경로를 감추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오늘 새벽 평양에서 IL(일류신)-76 수송기 1대가 이륙해 싱가포르를 향해 비행했다”면서 “오전 8시30분께 에어차이나 소속 항공기 1대, 그리고 1시간가량 뒤에 김정은 위원장 전용기 ‘참매’ 1호가 순차적으로 평양 순안공항을 이륙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로 가는 김 위원장을 위해 이날만 모두 3대의 항공기를 동원한 것이다. 이날 북한은 김 위원장의 동선을 숨기기 위해 에어차이나 소속 항공기의 편명과 목적지를 비행 도중 갑작스럽게 바꾸는 등 ‘007’ 스파이 영화를 방불케 하는 작전을 펴기도 했다.
맨 먼저 출발한 IL-76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 등의 행사장으로 이동할 때 탈 전용 방탄차(메르세데스-벤츠 S600 풀만 가드)와 이동식 화장실 등이 실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1970년대 초반 생산된 IL-76은 최대 항속거리 6,100㎞, 최대 이륙중량 17만㎏, 최고속도 시속 850㎞에 이른다.
이 수송기에 실려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벤츠 방탄차는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이 탔던 차다. 자동 소총과 수류탄, 화염방사기, 화염병, 화생방 공격 등을 막아낼 정도로 특수 제작됐다. 수송기에 실려 있을 것으로 보이는 이동식 화장실은 김 위원장의 건강 정보를 노출하지 않으려고 동원됐다.
이어 출발한 에어차이나 소속 보잉 747 기종의 항공기는 중국 고위급 전용기로 이용된다. 북한이 이번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임차한 것으로 보이는 이 항공기에 김정은 위원장이 탑승했을 것으로 정보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에어차이나 항공기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비롯해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 등 최고위급이 이용해온 전용기로 유명하다. 중국이 이를 김 위원장의 이동수단으로 내준 것이라면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 앉는 김 위원장의 뒤에 중국이 있음을 간접적으로나마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북측 수행단이나 지원인력을 위한 것이라 해도 북중 양국이 비슷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정보 당국은 김정은 위원장의 전용기 참매 1호 동원에 대해 예비용 항공기로 관측했다. 당국의 한 소식통은 “참매 1호에 김정은 위원장이 탑승했을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면서 “참매 1호를 띄운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어느 비행기에 탔는지에 대한 정보를 감추려는 목적도 있을 수 있고, 회담 지원 인력과 C4I(지휘통신) 가동 기술진, 경호인력 등을 태웠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참매 1호는 옛 소련 시절 제작된 ‘일류신(IL)-62M’을 개조한 것으로 제원상 비행거리가 1만㎞에 달해 4,700㎞ 거리인 싱가포르까지 재급유 없이 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비행기는 1995년 단종된 노후기종이며 비행 중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북한이 중국 항공기를 임차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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