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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환의 집과 사람] 무엇이 서울 주거지도 바꿨나

뉴타운 추진 비강남 후끈

실수요층이 시장 떠받쳐





서울 강남권 아파트 거래시장이 최근 위축세다. 매수세가 끊기면서 호가가 억 단위로 떨어진 곳이 속출하고 있다. 그렇다 해도 최근 몇년간 지속된 상승세를 감안하면 최근의 낙폭에 대한 과도한 확대해석은 지나친 과민반응이다.

강남이 주춤하고 있는 동안에도 강북 등 비 강남권 주택시장은 오히려 강남권보다 차분하다. 강남권과 함께 투기과열지구로 묶이긴 했지만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규제의 칼날이 상대적으로 무딘 탓이다.

그런데 요즘 비 강남권 일부 아파트 시세를 훑어보면 웬만한 강남권 못지 않다. 도심은 물론 그동안 주거지역으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낙후지역 집값에는 입이 벌어질 정도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6억원선이던 마포구 성산동의 A아파트 전용 84㎡. 최근 시세는 최소 8억원대 중후반이다. 호가 기준으로는 9억원을 넘긴 매물도 많다.

마포·신길 등 강남 못잖게 시세 껑충

공급과잉 우려에도 새집 욕구 강해

도시재생 ‘보존-개발’ 균형정책 필요





서울 서남권인 영등포구 신길동의 변화는 더 놀랍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노후 주택가가 밀집해 있던 이 에서 입주한지 2년 남짓한 새 아파트 전용 84m는 10억원을 넘긴 곳도 있다. 동작구 흑석동 일대 새 아파트 단지의 같은 전용면적 아파트 시세도 기본이 10억원대다.

이 지역들은 서울에서도 대표적인 낙후지역으로 꼽히던 곳들이다.도대체 무엇이 서울시내 주거 지형도를 확 바꿔놓은 것일까. 바로 ‘뉴타운’이라는 이름의 대규모 재개발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서울시와 수도권 일대 노후 주거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된 뉴타운내 재개발 사업 일부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대규모 새 아파트촌으로 탈바꿈한 것이 원인이다. 물론 상당수 뉴타운이 추진과정에서 적지 않은 주민갈등을 불러일으켰고 이 과정에서 사업 자체가 좌초한 곳도 속출했지만 비교적 계획대로 사업을 마무리한 지역은 상전벽해의 변화를 가져왔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단기간에 서울시내 곳곳에서 대규모 재개발 입주가 잇따르고 있음에도 단기 공급과잉에 따른 주변 부동산 시장 위축 현상은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함께 이들 재개발 아파트 값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와중에도 주변 기존 아파트의 가격 상승폭은 상대적으로 미미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뒤집어 생각하면 최소한 비 강남권에서 꾸준하게 지속된 집값 상승은 투기라기 보다는 그만큼 실수요층이 시장을 떠받치는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는 또 재개발 아파트를 중심으로 이어져 온 비 강남권 집값 상승은 현재 서울시내 주택공급 문제가 단순한 양적 공급의 문제 못지 않게 새 집에 대한 수요자들의 욕구가 강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물론 과거 철거 일변도의 대규모 재개발은 추진 과정에서 원주민 소외, 주민 갈등 등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낳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같은 부작용을 이유로 도시 재생을 단순 개량 위주의 보존형 재생사업으로 방향을 180도 선회하는 것 역시 대안은 아니다. 양질의 주택이 지속적으로 공급되지 않을 경우 시장에 축적된 교체수요가 누적돼 시장의 불안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도시재생을 둘러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은 지나치게 ‘보존’으로 기울이면서 균형감각을 잃은게 아니냐는 우려가 만만치 않다. 저소득층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양질의 주택 공급이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개발과 보존이 적절한 균형을 이룬 도시 재생 정책이 아쉽다.
/건설부동산부문 선임기자 d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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