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의 담판을 위해 주요7개국(G7) 정상회의가 폐막하기도 전에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에 몸을 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오후8시21분(현지시각·한국시각 오후9시21분) 싱가포르 파야 레바르 공군기지에 모습을 드러냈다. 캐나다에서 싱가포르까지 17시간에 걸친 오랜 비행 끝에 싱가포르 취재진 앞에 선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전망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매우 좋다(very good)”고 답하며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첫 만남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날 전용기에서 내린 트럼프 대통령은 영접 나온 비비안 발라크리슈난 싱가포르 외무장관과 간단한 환담을 나눈 뒤 별다른 성명 없이 대기 중이던 전용 차량인 ‘캐딜락 원’에 탑승해 숙소인 샹그릴라호텔로 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하루 전인 11일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의 면담을 가진 뒤 다음 날 있을 김 위원장과의 담판을 위해 마지막 담금질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별도의 성명을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세기의 담판’이라는 무게감에 말을 아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G7 정상회의 후 싱가포르로 출국하기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G7 정상회의보다 북미 정상회담을 중점적으로 이야기하며 12일 열리는 김 위원장과의 회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목소리에는 정상회담에 대한 무게감이 그대로 묻어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차분한 목소리로 “전 세계 수백만의 마음을 담아 평화의 임무(mission of peace)를 수행하러 간다”고 이번 정상회담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정상회담은) 매우 잘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보였다.
그는 싱가포르 담판에서 비핵화 결단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며 김 위원장에게 압력을 가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북한을 위대하게 만들 수 있고 그의 국민, 그 자신, 그 가족들을 위해 매우 긍정적인 어떤 것을 할 것이라고 진실로 믿는다”며 이번 북미 정상회담이 “김 위원장이 북한을 위대하게 만들 단 한 번의 기회(one-time shot)”라고 강조했다. ‘원타임 샷’은 퍽을 받아 바로 때린다는 아이스하키 용어로 이번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 결단을 반드시 살려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아울러 그는 “김 위원장의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은 1분 이내면 알아차릴 수 있다”며 “진지하지 않다는 느낌이 들면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대화를 계속 이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를 이어갔다. 다만 앞선 엄포와 달리 비핵화에 대한 일괄타결식 담판보다 추가 회담을 이어가며 단계적 해법을 모색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열어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결과는 최소한 또는 최대한이 될 수 있다”며 “이번 회담에서 최소한의 관계를 맺고 이후 과정을 시작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잘 알려지지 않은 성격’이 깜짝 놀랄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꾸준히 요구하고 있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와 관련해 김 위원장의 파격적인 결단을 기대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에어포스 원을 타고 싱가포르로 향하는 와중에도 북미 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비행 도중 트윗으로 “김 위원장과 만나기를 고대한다”면서 “(그가) 이번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특별취재단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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