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퍼트’ 이승현(27·NH투자증권)은 그린에 가까워질수록 강해지는 선수다. 이번 시즌 기록도 이를 증명한다. 드라이버 샷 평균거리 110위(232야드), 아이언 샷 그린적중률 45위(71.1%), 평균 퍼트 수 5위(29.1개)에 올라 있다. 이를 조합한 평균타수는 9위(70.44타). 짧은 거리를 만회하고도 남는 쇼트게임 능력은 통산 7승의 밑거름 역할을 해왔다.
이승현이 ‘노 보기’로 시즌 첫 우승을 장식했다. 이승현은 10일 제주 엘리시안CC 파인레이크 코스(파72·6,604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S-OIL 챔피언십(총상금 7억원) 3라운드에서 버디 8개로 8타를 줄여 최종합계 17언더파 199타로 정상에 올랐다. 공동 2위 이정은(22·대방건설), 박결(22·삼일제약·이상 14언더파)을 3타 차로 제쳤다.
지난해 11월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제패 이후 7개월여 만에 거둔 통산 일곱 번째 우승. 특히 54홀을 치르는 동안 버디 17개를 잡으면서 보기를 하나도 적어내지 않았다. KLPGA 투어 ‘노 보기 우승’은 통산 5번째. 가장 최근 사례는 지난해 11월 ADT캡스 챔피언십의 지한솔(22·동부건설)이었다. 1억4,000만원의 우승상금을 받은 이승현은 2억6,837만원의 시즌상금을 쌓아 이 부문 16위에서 6위까지 점프했다.
김자영, 박결과 함께 9언더파 공동 선두로 출발한 이승현의 퍼트는 초반부터 불을 뿜었다. 2번(파4)부터 6번홀(파4)까지 5연속 버디로 기세를 올리며 단독 선두로 올라선 그는 9번홀(파5) 버디에 이어 12번(파3)에서는 15m가량 되는 장거리 퍼트를 홀에 떨궜다. 3타 차로 앞서 있던 15번홀(파5)에서는 티샷을 오른쪽 러프로 보내고도 세 번째 샷을 홀 1m에 붙여 1타를 더 달아나며 우승을 예감했다.
이승현의 질주로 이날 후반 들어서는 우승보다 2위 경쟁이 치열했다. 1~2타 차이로 혼전 양상을 보이던 가운데 올 시즌 우승이 없는 지난해 전관왕 이정은이 마지막 홀(파4) 버디를 잡으며 먼저 2위로 마쳤다. 이후 생애 첫 우승에 도전한 박결이 17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으며 공동 2위로 올라섰다.
지난주 롯데칸타타 여자오픈에서 54홀 최소타 기록(23언더파)을 작성했던 조정민(24·문영그룹)은 7타를 줄이며 13언더파 단독 4위를 차지했고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 김지현(27·한화큐셀)은 4타를 줄이며 분전했지만 12언더파 공동 5위로 마감했다. 이승현은 “올해 초반 퍼트가 잘되지 않았는데 이번 대회에서 살아났다”고 기뻐하면서 “예상했던 여름보다 일찍 첫 승이 나왔으니 3승까지 노려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회는 우승자에게 트로피 이외에 금메달을 수여한다. 2명의 공동 2위 중 은메달은 이정은에게 돌아갔다. 동타인 경우 최종일 마지막 9개-6개-3개 홀의 순으로 성적을 따지는 ‘백카운트’ 방식으로 은메달의 주인을 가린다. 올해의 경우 공교롭게도 이정은과 박결 두 선수 나란히 9-6-3개 홀의 스코어가 똑같아 결국 마지막 18번홀에서 버디를 기록한 이정은으로 결정됐다. 단 공동 2위 두 선수는 똑같이 6,825만원씩의 상금을 받았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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