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1일 싱가포르 로열플라자 온 스코츠호텔 방문객들이 1층에 위치한 식당 옆을 지나가다 발길을 멈췄다. 식사를 하는 사람들 앞에 놓인 버거 위에 장식된 미국 성조기와 북한 인공기가 시선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호텔 마케팅 디렉터인 탄 닝시씨는 “이번 정상회담을 기념하고 회담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특별제작해 한정판매하는 메뉴”라며 “미국인과 한국인이 좋아하는 음식을 어울리게 섞어서 만든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메뉴의 이름은 ‘트럼프-김 버거’. 치킨과 김치를 섞어 만든 패티를 넣고 빵 위에 고춧가루와 참깨로 토핑했다. 함께 제공되는 아이스티에는 미국의 민트와 한국의 유자를 함께 넣었다. 맛은 다소 특이하지만 하루에 120세트 정도 팔린다는 게 탄씨의 설명이다. 그는 “회담 날짜가 6월12일이라는 점에 착안해 버거 단품은 6달러, 세트는 12달러에 판매한다”며 “회담 당일에는 낮12시부터 오후6시까지 미니 버전을 특별제작해 판매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로열플라자호텔뿐 아니라 마리나베이의 명소인 풀러턴호텔은 우유 거품 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얼굴을 그린 커피를 판매한다. 또 현지 유명 음식점에는 ‘트럼프-김치 나시르막’ ‘엘 트럼포·로켓맨 타코’ ‘트럼프·김 칵테일’ 등 두 정상의 이름이나 양국 음식 재료를 섞은 메뉴가 회담을 앞두고 속속 등장해 관광객들의 시선을 붙잡고 있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주요 도로 곳곳에서 교통이 통제되고 무장경찰의 검문·검색이 강화됐지만 현지 주민들은 크게 불편해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숙소인 세인트레지스호텔이 바로 보이는 아파트에 산다는 한 남성은 “(이런 통제가) 싱가포르에서는 늘 있는 일이라 괜찮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에게 한국에서 왔느냐고 물어본 후 “회담이 잘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평소 시사에 관심이 많다는 싱가포르인 택시기사 추 쿡화씨는 “북한은 경제발전을 원한다. 중국도 도와주려 하고 있으니 김정은이 이번에 핵을 반드시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일본만 이렇게 잘 풀리는 상황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고 평했다. 한 교민은 습하고 무더운 날씨 속에 취재 중인 기자들에게 얼음을 가져와 나눠주기도 했다.
싱가포르 정부가 기자들을 위해 마련한 국제미디어센터(IMC)도 이날부터 더욱 부산해졌다. 각국 기자들은 스크린이 잘 보이는 좌석을 선점하기 위해 소속 언론사의 이름을 종이에 적어 테이블 위에 붙여놓는 등 회담 전부터 국경을 넘어서는 눈치싸움을 벌였다. 다만 이런 가운데서도 싱가포르 정부는 미디어센터 스크린을 통해 종종 관광 명소를 보여주는 등 이번 회담 계기 글로벌 국가 홍보전에 나섰다. /싱가포르=특별취재단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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