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인간이니’가 ‘로봇 소재 드라마’의 새 지평을 열 수 있을까.
KBS2 새 월화드라마 ‘너도 인간이니’(극본 조정주, 연출 차영훈)가 지난 4일부터 첫 방송을 시작했다. 그런데 이 드라마, 지금까지 나온 ‘로봇 드라마’와 결이 다르다.
‘너도 인간이니’가 철학적인 메시지로 다른 드라마와의 차별성을 추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방송에서는 휴먼로봇 남신3(서강준 분)의 탄생기, 인간 남신(서강준 분)과 로봇 남신3의 운명적인 만남, 남신3와 강소봉(공승연 분)의 첫 악연이 그려졌다.
드라마는 남신3의 탄생기에서부터 가슴아픈 전사를 택했다. PK그룹 권력에 대한 암투에서 로봇박사 오로라(김성령 분)가 남편의 사망 이후 아들 남신을 회장 남건호(박영규 분)에 빼앗겼고, 서종길(유오성 분)의 협박에 한국을 떠났다.
이후 오로라는 아들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으로 인공지능 로봇 ‘남신3’를 제작했다. 여기서 ‘인간의 모성애’가 로봇3의 서사에 담겼다. 남신3가 ‘단순 복제품’이 아니라는 전제가 깔렸다. 그럼으로써 시청자들은 이후 남신을 대신해 PK그룹에 들어온 남신3의 행동에 자연스레 감정이입을 할 수밖에 없다.
남신3는 비록 로봇이지만, 이상하게 엄마에 대한 ‘효심’이 인간의 것보다 강하게 느껴지도록 만든다. 남신3의 탄생 과정에서 오로라의 모성애가 심도있게 담겼기 때문일 터다. 감정의 모체인 엄마 오로라의 역할이 잘 전해진 것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너도 인간이니’는 앞으로의 전개에서 많은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무턱대고 만든 로봇이 아니라 인간 못지 않은, 어쩌면 인간보다 더 나은 감정을 유발할 수 있는 존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차영훈PD는 “판타지 요소인 로봇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그 나머지는 아주 현실적으로 그리려 한다. 그래서 남신3처럼 제일 비인간적인 인간이 제일 인간적으로 보일 것이다”며 “이런 세상은 다가오고 있고, 이 세상을 우리가 살아가야 한다면 거기에 가장 현명한 결론을 우리의 집단 지성으로 만들어야 하겠다. 우리가 예수나 소크라테스가 아니니까 ‘너도 인간이니’를 통해 이런 문제를 고민해보자고 질문을 던지는 역할 정도를 할 수 있을 것이다”고 드라마의 궁극적인 기획 의도를 말했다.
‘너도 인간이니’는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로봇을 등장시킴으로써 인간을 성찰하게 만든다. 이 같은 측면에서 ‘너도 인간이니’는 앞서 나온 로봇 드라마 ‘보그맘’ ‘로봇이 아니야’와는 분명 다른 결을 지닌다. 이제는 사람 흉내를 내는 로봇의 ‘신기함’ 정도를 넘어서 그런 로봇을 본 인간의 ‘수용 태도’에 집중해 볼 수 있는 새로운 메시지를 기대해 본다.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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