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지방선거에서 극우 정당인 동맹이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이탈리아 전역에 불고 있는 반(反) 난민 정서 때문으로 분석된다.
11일(현지시간) 지방선거 개표결과 따르면 동맹은 오랜 지지 기반인 북동부 트레비소 프로빈차(주에 해당하는 레지오네의 아랫급 행정단위), 빈첸차에서 과반 득표를 해 결선투표 없이 시장직을 거머쥔 것을 비롯해 상당수 주요 도시에서 중도좌파 민주당을 이기고 선두를 달리고 있어, 2주 후 결선투표에서도 선전을 예고했다.
이번 선거는 총 20개의 프로빈차를 비롯해 760곳 도시에서 실시됐다. 유권자 수가 약 670만 명에 달해 이달 1일 포퓰리즘 연정 출범 이후 민심을 가늠할 첫 시험대로 여겨졌다. 수도 로마에서도 15개의 자치구 가운데 2곳에서 선거가 진행됐다.
시칠리아 섬의 카타니아에선 동맹이 주축이 된 중도우파 후보가 민주당 소속의 4선 현직 시장을 누르고, 1차 투표에서 시장직 당선을 결정짓는 이변을 연출했다.
지난 3월 총선에서 17%의 표를 얻은 동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것은 난민을 겨냥해 연일 강경한 정책을 밝히고 있는 마테오 살비니 내무장관 겸 동맹 대표의 전략이 효과를 발휘한 덕분으로 분석된다. 살비니 대표는 10일에도 지중해에서 600여 명의 아프리카 난민을 구조하고 이탈리아에 들어오려던 국제 비정부기구(NGO) 난민구조선의 이탈리아 입항을 거부했다.
반면 지난 3월 4일 총선에서 33%에 육박하는 표를 얻어 단일 정당 가운데 최대 정당으로 떠오른 오성운동은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두며 주춤했다. 오성운동은 20개의 프로빈차 가운데 단 3곳에서만 결선투표 진출을 확정 지었다. 또, 현직 시장을 보유한 시칠리아 섬 라구사에서만 선두 정당으로 이름을 올려 체면을 구겼다.
한편 3월 총선에서 19%의 득표율에 그쳐 역대 최악의 참패를 당한 민주당은 이번에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투표가 실시된 20개의 프로빈차 가운데 15곳에서 현직 시장을 보유하고 있는 민주당은 북부 브레시아에서만 1차투표에서 시장을 당선시켰을 뿐, 중부 피사, 시에나 등 전통적인 아성에서는 동맹 후보에게 득표율에서 밀렸다. 이런 결과로 볼 때, 민주당은 2주 뒤 결선투표에서도 상당수 지역을 동맹에게 내줄 것으로 예상된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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