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유일한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맹활약했다.
특히 이날 오후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열린 북미 정상의 공동 합의문 서명식에서 김정은 위원장 곁에 서서 펜 뚜껑을 열어주고 합의문을 펼치며 오빠를 돕는 등 김여정 부부장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앞서 업무 오찬에도 참석해 ‘빅딜’에 나서는 김정은 위원장 옆을 지켰다.
미국 측에서는 이 역할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담당해 김여정 제1부부장의 위상과 정치적 입지를 짐작하게 했다.
북한의 로열패밀리 일원인 김여정 제1부부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최측근으로서 누구보다 가감 없이 소통할 수 있는 ‘메신저’로 꼽힌다.
2014년 3월 치러진 제13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투표소에 김정은 위원장을 수행하면서 북한 매체에서 처음 실명이 거론됐다. 2년 후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제7기 1차 전원회의에서 당 중앙위원에 이름을 올린 뒤 17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당 제2차 전원회의에서 북한 권력의 핵심인 정치국 후보 위원에도 진입했다.
김여정 제1부부장이 국제 외교 무대에 처음 등장한 건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고위급 대표단으로 남한을 방문했을 때다. 당시 임신한 상태였으나 특사 자격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와 공식 방북 초청 의사를 전달하는 등 남북 정상의 만남을 주선했다.
그는 이후 남북정상회담과 북중정상회담 등 주요 행사에 나타나는 등 올해 들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북한 지도부의 행보에 빠짐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3월 초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 등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단이 방북해 김정은 위원장을 면담할 때도 김여정 제1부부장이 옆자리에 앉았다. 이어 4월 27일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첫 번째 정상회담, 한 달 뒤 통일각에서 열린 ‘번개 회담’에도 나와 김정은 위원장을 부지런히 보좌했다.
이에 김정은 위원장은 문 대통령과의 첫 회담 당시 자신의 여동생에 대해 앞으로 남북 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5월 초 중국 다롄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동할 때도 김여정 제1부부장은 역시 수행단 명단에 포함되며 제 몫을 했다.
이번 싱가포르 회담을 앞두고 지난 11일 밤 김정은 위원장이 초대형 식물원 ‘가든바이더베이’ 등 대표적 관광 명소를 돌아볼 때도 김여정 제1부부장은 친오빠 옆에 있었다.
/홍승희인턴기자 shhs95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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