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서울 시내 햄버거 가게들도 ‘회담 분위기’에 들떴다. 지난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면 햄버거를 먹으며 핵협상을 하겠다”고 한 발언이 다시 화제가 됐기 때문이다. 이날 오찬 메뉴는 햄버거 대신 한식 궁중요리가 나왔지만 직장인들은 여전히 “회담 성공을 기원한다”면서 너도나도 점심메뉴를 햄버거로 정했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4월 평양냉면 식당이 ‘회담 특수’를 누린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일대의 수제햄버거 가게들은 오전 10시부터 ‘손님맞이’로 분주했다. 이날 오전 인터넷방송으로 회담을 본 누리꾼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오늘 저녁 메뉴는 햄버거”, “점심시간에 맞춰 햄버거 먹겠다”는 글을 올린 탓이다. 서울 일대 햄버거 가게 주인들은 이른 아침부터 ‘햄버거 특수’에 대비해 영업 준비에 나섰다. 서울 종로구 버거킹 관계자는 “오늘은 다른 날보다 손님이 더 몰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평소보다 일찍 영업준비에 나섰다”고 귀띔했다.
오전 회담을 지켜 본 직장인들도 오전 11시 30분께부터 서울 곳곳의 햄버거가게를 가득 채웠다. ‘평양냉면 특수’처럼 가게 밖까지 줄을 선 모습은 아니었지만 유명 프랜차이즈 가게와 파스타 가게에서 햄버거를 함께 시키는 직장인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서울 종로구 ‘바스버거’ 앞에서 만난 윤지민(21)씨는 “평소 햄버거를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북미정상회담 영상을 보고 왠지 가슴이 뛰었다”며 “비록 같은 메뉴는 아니지만 점심시간에 햄버거를 먹으면서 마음으로라도 축하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서울 종로구 맥도날드에서 만난 정지만(32)씨도 “북미 정상회담이 순항하는 모습으로 보여 기쁘다”며 “격의 없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햄버거를 먹듯 순탄하게 회담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김 국무위원장과 만나 140분 동안 단독·확대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이들은 한식 궁중요리로 오찬을 가진 뒤 합의문에 서명하러 이동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후 “정상회담에서 많은 진전이 이뤄졌다”며 “정말로 환상적인 회담”이라고 전했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