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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정상회담]불신의 골 깊었던 북미...반세기 협상 번번이 실패

이전 북미협상 짚어보니

1994년 10월 북미 제네바 합의로 1차 核위기 마무리

2000년 북미정상회담 추진됐지만 부시 당선으로 취소

美, 2002년 北 악의축 규정...오바마도 직접대화 안해

지난 2000년 10월10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한 조명록(왼쪽) 국방위 제1부위원장이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연합뉴스




지난 2000년 10월23일 매들린 올브라이트(왼쪽) 전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평양=AP연합뉴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달 2일 “미국과 북한의 오랜 불신의 역사가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여정에 주요한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세기의 만남’으로 불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이 12일 이뤄지면서 이제 국제사회의 시선은 북미 두 나라가 불신의 장막을 걷어내고 한 발짝 더 진전된 관계로 도약할 수 있을지 여부에 쏠리고 있다.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두 나라의 노력은 김일성 전 주석은 물론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에도 이어졌지만 서로를 믿지 못해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6·25전쟁 이후 대립과 갈등의 역사를 반복해오던 북미 양국은 지난 1990년 들어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여러 차례 협상에 나섰지만 결국 불신의 골짜기를 넘지 못한 채 반세기 이상을 보내왔다. 정전 후 견원지간이던 북미 간 접촉이 본격적으로 글로벌 외교의 전면에 등장하는 장면은 1994년 6월 당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과의 회동부터다. 1993년 당시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한 데 대해 빌 클린턴 행정부가 북한 영변 핵시설 폭격을 검토하자 카터 전 대통령은 북한으로 날아가 김 주석을 만났다. 김 주석은 미국이 경수로를 제공해주면 핵 프로그램을 동결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한 달 뒤 김 주석은 사망했고 같은 해 10월 제네바 공식 회담에서 북미 합의가 도출되면서 1차 북핵 위기가 마무리됐다.





두 번째 협상은 북한이 1998년 8월 첫 장거리 탄도미사일인 대포동 1호를 발사하며 촉발한 미사일 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진행됐다. 클린턴 미 대통령 임기가 끝나가던 2000년에는 처음으로 북미 정상회담이 추진되기도 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1998년 11월 대북 강경파인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을 대북정책 조정관에 임명한 뒤 이듬해 10월에는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 계획을 전면 중단하도록 유도하고 한반도 냉전을 종식시킨다는 대북 포용정책을 뼈대로 한 보고서를 완성했다. 이후 북미 양국은 2000년 7월 말 태국 방콕 아시아지역안보포럼(ARF)에서 첫 북미 외교장관회담을 개최한 데 이어 조명록 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그해 10월10일 미국을 방문해 백악관에서 클린턴 대통령과 만나는 등 역사적 화해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도 10월23일부터 2박3일간 평양을 답방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북미 정상회담에 관해 논의했다.

하지만 미국 대선 이후 분위기는 확연하게 달라졌다. 2000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의 조지 W 부시가 당선되자 클린턴 대통령은 평양 방문 계획을 돌연 취소했다. 취임 후 2001년 9·11테러를 겪은 부시 대통령은 2002년 1월 국정연설에서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으며 북한은 2003년 1월 핵확산금지조약을 전격 탈퇴했다. 후임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전략적 인내’를 내세우며 북한과 직접적인 대화에 나서지 않은 상태에서 대화 교착 상태가 오늘날까지 이어져왔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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