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주한미군에 대한 것은 담기지 않았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여전히 주한미군을 줄여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데다 북한 역시 최소한 비핵화에 따른 주한미군의 성격 변화 등을 원할 것으로 보여 양측이 비공개 회담에서 이를 논의했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 북미회담이 순조롭게 풀리면서 향후 주한미군 문제가 논의 테이블에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북미회담 공동성명에 따르면 주한미군에 대한 것은 한마디도 없었다. 하지만 여운은 남겼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주한미군 철수가 협상 테이블 위에 없다고 가정하는 것은 잘못된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가정을 전제로 한 질문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대답하며 즉답을 피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의 조시 로긴 칼럼니스트도 7일(현지시간) 칼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조언그룹이 되풀이해 주한미군의 대규모 감축에 반대론을 펴왔지만 그는 아직 설득되지 않은 상태”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공공연하게는 아니지만 여전히 사적으로는 주한미군이 전략적으로 필요하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으며 미국이 주한미군 유지를 위해 지불하는 돈에 대해 아무것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북한도 최소한 주한미군의 성격 변화를 원할 수 있다. 자국은 비핵화를 위한 여정을 시작했으므로 남한의 주한미군 병력을 축소하거나 성격을 평화유지군 등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2000년, 2007년 정상회담을 추진한 남한 실무진의 회고록 등을 보면 북한은 비핵화를 하는 대신 남한에도 미군의 핵무기가 진짜 없는지 똑같이 사찰을 받아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해왔다. 또 동북아시아 영향력 확대를 노리며 주한미군을 껄끄럽게 보는 중국을 북한이 등에 업고 있으므로 주한미군 감축을 요구하는 중국의 목소리를 북한이 대변했을 수도 있다.
북미회담에서 주한미군 감축 문제가 논의되지 않았더라도 앞으로 논의되는 것은 시간문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비핵화의 발걸음을 뗐으므로 이에 상응하는 주한미군 감축 문제도 자연스럽게 논의될 수 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최근 “지금으로부터 5년 후, 10년 후에 변화가 생긴다면 검토해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민주주의 국가 한국과 민주주의 국가 미국 사이의 일”이라며 논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폼페이오 장관도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북미회담에서 주한미군 감축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에 대해 “(현시점에서) 공개되지 말아야 할 문제”라며 여운을 남겼다. 논의가 된다면 표면상으로는 일단 한미 간 논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일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의 주한미군 발언이 논란이 되자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문제”라며 논의가 되더라도 한미 간에 될 것을 시사했다.
/싱가포르=특별취재단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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