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12일(현지시간) 중국·일본·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국들은 일제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례 없는 만남을 환영했다. 주요 외신들도 회담 일정을 생중계하는 것은 물론 특별방송을 편성하고 호외를 발행하는 등 깊은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두 정상의 공동합의문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문구가 빠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외신들은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를 쏟아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서로 조롱하고 위협하던 두 정상이 대화로 전환한 데 대해서는 높이 평가하면서도 “협상안에 구체적인 새로운 약속은 거의 없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백악관에 초대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다음 단계가 무엇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며 “비핵화에 대한 양국의 분열된 계획이 여전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몇 년이 걸릴 수도 있고 또 큰 걸림돌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도 합의문에 CVID가 거론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미국과학자연합의 수석연구원 애덤 마운트는 미 CNN방송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서명한 비핵화 선언문이 이전에 나온 북한 핵 문제 관련 약속보다 약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두 정상의 만남에 대해서는 “북미관계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애초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만남이 성사된 것이 세계 최대 핵 강국과 최고의 은둔 국가 간에 새로운 장을 여는 중대한 발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북한과 미국이 수십년간 서로에 대한 모진 적대행위 끝에 정상회담을 처음 개최했다”며 “이는 미국·일본·중국·한국이 기대하는 한반도 비핵화를 이끌 과정의 첫 단계”라고 전했다. 중국중앙(CC)TV는 기존 방송을 중단하고 북미 정상회담을 생중계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중국 등 각국에서도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환영 메시지가 이어졌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날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평등한 대화를 통해 새로운 역사를 썼다”며 “북한의 안보 우려를 해결하기 위한 한반도 평화체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레오니트 슬루츠키 러시아 하원 외교위원장은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에 “북미 정상의 만남은 역사적인 이벤트”라며 “북한 문제의 해결책은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단계적으로 행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북미 정상회담을 환영하면서도 완전한 비핵화를 강조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방일 중인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와의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핵과 미사일,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향한 진전을 가져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본 방위상은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이 중요하다”며 “북한의 과거를 고려해 설령 북미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어떤 약속을 하더라도 구체적인 행동이 확인되기 전에는 결코 경계심을 풀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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