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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週 52시간제' 보름 남았는데...기업 32%만 "초과근로 줄일 것"

고용부 2,700곳 실태조사 결과

신규채용 예고 기업 21% 불과

임금 감소 없는 기업도 절반 달해

노동집약 中企는 타격 더 클 듯





다음달 1일부터 주 52시간 근로가 적용되는 전국 사업장 가운데 연장·휴일 근로시간을 줄이거나 줄일 계획을 세운 기업이 32%에 불과하다는 정부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신규 채용을 예고한 기업도 21%에 그칠 정도로 기업들의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이러한 현실에 눈감은 채 근로시간 단축 홍보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경제신문이 12일 입수한 고용부의 ‘실태조사 사업장 세부 준비상황’ 자료를 보면 다음달 근로시간 단축 적용 대상 기업 2,730곳 가운데 연장·휴일근로를 실제로 줄인 기업은 224곳(8.2%), 줄일 계획을 세운 업체는 664곳(24.3%)이었다. 전체의 32.5%만 근로시간 단축에 대비한 계획을 수립한 셈이다. 이번 조사는 다음달 1일부터 주 52시간 근로가 적용되는 기업·공공기관 등 300인 이상 3,700여곳을 대상으로 했다. 지난 8일 기준으로 전체의 73.8%에 이르는 2,730개 사업장이 조사를 마쳤다.

기업들은 인력 충원에도 소극적이었다. 근로시간 단축을 앞두고 새로 인력을 뽑았다는 기업은 2,730곳 가운데 117곳(4.3%), 인력 충원 계획을 세운 기업은 477곳(17.5%)에 그쳤다. 모두 합치면 21.8%인 594곳이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일자리 창출이 원활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반면 근로시간 단축에도 임금 감소가 발생하지 않는 기업은 1,425곳으로 전체의 52.2%에 달했다. 근로시간이 짧아져도 상당수 기업은 인건비가 줄어들지 않은 것이다. 탄력근로·선택근로·재량근로 같은 유연근로시간제를 도입하거나 도입 예정인 기업 역시 전체의 25.3%에 불과한 691곳이었다.



근로시간 단축이 약 18일 뒤로 다가왔지만 기업들의 대비는 이처럼 부족하다. 하지만 고용부는 실태조사 자료를 유리한 쪽으로만 해석하며 근로시간 단축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김영주 고용부 장관은 11일 긴급 산하 기관장 간담회에서 “애로를 호소하는 기업도 있지만 상당수는 이미 준비돼 있거나 교대제 개편, 유연근무제 도입 등을 적극 준비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고무적인 것은 인력 충원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이 594개에 달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300인 이상 대형 기업들도 준비가 부실한데 2020~2021년 근로시간 단축이 적용되는 300인 미만 기업의 상황은 더욱 심각할 것으로 내다본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근로 단축에 대비한 300인 이상 사업장의 인력 충원 비율이 21.8%밖에 안 된다는 것은 근로시간을 줄여도 기업들이 경기 상황을 우려해 일자리를 늘리지 않는다는 현실을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동집약적 구조를 가진 상당수 중소기업은 근로시간을 줄여도 자금 부족과 불확실한 경기 상황 때문에 인력 충원이 대기업보다 어렵다”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한시적 재정 지원에 의존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고용부는 이번주 안에 300인 이상 사업장의 근로시간 단축 대비 실태조사를 마무리한다. 이어 근로시간 단축 세부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설명자료와 대국민 홍보 팸플릿 등을 수만 부 찍어 국민과 기업들에 배포하기로 했다. 이달 말까지 유연근로제 활용 매뉴얼도 기업들에 나눠줄 계획이다. 하지만 탄력근로제 확대 개편, 인력 충원을 위한 지원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세종=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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