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 센토사섬은 과거 ‘죽음의 섬’으로 불린 곳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섬을 점거한 일본군이 중국인을 학살한 후 바다에 버린 뼈아픈 역사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 하지만 약 70년간 적대관계를 이어오던 북미 정상이 냉전의 고리를 끊기 위한 역사적 만남을 이 섬에서 가지면서 센토사는 ‘평화의 상징’으로 거듭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뉴욕타임스(NYT)의 보도에 따르면 싱가포르 남부에 위치한 센토사섬은 2차 세계대전 때 일본군이 점령해 중국인을 학살한 여러 장소 중 하나였다. 학살당한 중국인은 일본군에 의해 바다로 버려졌다. 당시 일본군이 포로수용소로 섬을 사용하기도 했다. NYT는 “이보다 전에는 해적의 천국이었다”며 “‘등 뒤에서 죽음을 맞는 섬(Island Behind Death)’라는 뜻의 이름을 지니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후 1945년 일본군이 항복하면서 센토사는 영국의 지배를 받았고 1965년 싱가포르 독립 이후 싱가포르에 인도됐다. 싱가포르 정부는 1972년 이곳을 관광지로 개발해 말레이어로 ‘평화와 고요’를 뜻하는 현재의 이름을 붙였다. 지금은 세계 최대 규모의 해양수족관과 골프장, 고급 리조트, 유니버설스튜디오 등이 들어서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역사적인 합의문에 서명하는 장소로 활용되면서 센토사섬은 이제 세계적인 평화의 상징으로 거듭나게 됐다. 스위스 제네바와 같이 북미 정상의 첫 회담이 열린 장소라는 점에서 ‘아시아의 제네바’로 싱가포르와 센토사섬이 같이 오르내리게 됐다. 12일 북미 정상이 서명한 공동합의문도 앞으로 ‘싱가포르 합의문’ 혹은 ‘센토사 합의문’으로 불리게 될 것으로 보여 센토사섬은 과거의 악명을 완전히 벗은 것으로 평가된다.
/싱가포르=특별취재단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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