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 물가와 씨름하는 베네수엘라가 초인플레이션(하이퍼인플레이션)의 소용돌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우려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엘나시오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국회 산하 재정경제개발위원회는 11일(현지시간) 지난달 말 기준 연간 물가상승률이 2만4,571%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이 추정한 올해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 1만3,800%를 1만%포인트 웃도는 수치다. 5월 한 달 동안의 물가상승률만도 110.1%나 됐다. 베네수엘라는 지난해 말 이미 월간 물가상승률이 50%에 달해 초인플레이션 상태에 진입했다. 라파엘 구스만 금융위원회 대변인은 “일일 물가상승률이 2.4%에 달한다”며 “우리는 매일매일 비극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물가통제가 어려워지지가 베네수엘라 정부는 지난해부터 공식적인 물가상승률 발표를 중단한 상황이다. 중앙은행이 물가상승률 등 주요 경제지표를 공개하지 않자 국회가 매달 물가상승률을 발표하는 실정이다. 야당은 15년 전 도입한 외환통제 시스템과 정부의 무분별한 통화 발행이 초인플레이션의 주범이라며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초인플레이션으로 통화가치가 떨어지면서 현지통화인 볼리바르의 달러 대비 가치는 지난 1년간 98%나 급락한 상태다.
상황이 이런데도 마두로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경제난을 미국의 제재 탓으로 돌리고 있다. 심지어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달 대선에서 반미세력을 결집해 재선에 성공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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