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에 대한 뜻을 모았지만 기대했던 종전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내놓지 않았다. 남북미 3자가 모인 종전선언→평화협정의 시기도 늦춰질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조만간 실제로 종전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해 후속 북미 고위급 회담이나 2차 북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종전 논의가 본격화될 것임을 예고했다. 평화협정 체결이 이뤄질 경우 “북미는 물론 한국과 중국도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종전을 여러 차례 언급했을 뿐 아니라 과거 한반도 유혈 사태에 대한 안타까움을 나타냈고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기자들에게 보여준 동영상을 통해서도 한반도에서 전쟁이 종식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종전선언은 언제, 어떻게 이뤄질까. 후속 북미 대화의 속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날짜의 상징성을 감안할 때 가장 가까운 시일 내에 유력한 시점은 정전협정 체결일인 오는 7월27일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애초에 싱가포르에서 종전선언을 할 생각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이번에는 북미에만 집중하고 종전선언은 7월에 별도로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종전선언 장소도 정전협정이 이뤄졌던 판문점으로 선택해 더 큰 의미를 부여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을 백악관에 초청했고 평양을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반도 방문 계획은 남북미 판문점 종전선언과도 연계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7월 종전선언 추진은 미국 입장에서 시간적으로 굉장히 촉박하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지금 시간이 미국 내에 별로 없다. 7월 초에 독립기념일 주간이 있고 8월은 여름휴가”라면서 “북한에 대한 체제안전 보장을 조약으로 해준다고 했지만 그것을 이룰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고 했다.
시간 부족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한민족에게 의미가 있는 정전협정 체결일보다는 미국 내부 정치에 유리한 시점을 선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중간선거가 11월 열리는 만큼 유리한 국면 조성을 위해 선거 분위기가 고조되는 시점을 택해 종전선언을 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유력한 날짜는 유엔 총회가 열리는 9월 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유엔 총회에서 북미 간 갈등이 최고 수위였음을 감안하면 극적 대비 효과도 노릴 수 있다.
종전 선언 다음 수순은 평화협정 체결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남북미중 4자가 참여하는 평화협정 체결 구상도 직접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협정에는 북미만 참여하는 게 적절하다고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국과 중국도 서명 당사자로서 참여해야 한다”며 “법적 효력과 상관없이 한국과 중국을 참여시키는 게 올바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싱가포르=특별취재단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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