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진도에서 한 공무원이 운전자 없이 후진하는 차량을 온몸으로 붙들어 세워 인명사고를 막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2일 진도군청 등에 따르면 군청 소속 황창연(50) 주무관은 지난달 28일 오후6시30분께 진도읍 한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이상하게 움직이는 학원 차량을 발견했다. 차량은 내리막길을 서서히 후진하더니 가속이 붙으면서 왕복 2차로 도로를 향해 빠른 속도로 내려갔다. 차 안에는 학원 수업을 마친 초등학생 5~6명이 공포에 질린 채 타고 있었다. 운전석은 비어 있었다.
퇴근길에 이곳을 지나던 황 주무관은 급히 차로 달려갔다. 차 문을 황급히 연 뒤 한 발로 버티면서 차량을 세우려 했다. 차량 무게를 못 이기고 끌려가면서도 중립이던 기어를 주차로 바꾸고 사이드브레이크를 채웠다. 이 과정에서 차량과 함께 10여m를 끌려가던 황 주무관은 길바닥으로 튕겨 나가 허리와 갈비뼈에 골절을 당하는 등 전치 12주의 중상을 입었다.
차량은 도로 옆 상가 근처에서 가까스로 멈췄다. 차량 통행이 빈번한 퇴근 시간인데다 117가구 400여명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인근에서 벌어진 일이라 자칫 대형 인명사고로 번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상황을 지켜보던 아이 부모들과 주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황 주무관의 선행을 칭찬했다. 당시 차량 운전자는 차에서 내린 아이들을 배웅하기 위해 자리를 비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황 주무관은 사고 수습 후 목포의 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미끄러지듯 내려오는 차량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순간 저 차가 도로를 향해 돌진하면 아이들이 큰일 나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무사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진도=김선덕기자 sd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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