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공동합의문에 들어가지 않은 것에 대해 협상을 위한 시간이 촉박한 점을 들었다. 대신 “CVID 절차가 분명히 일어날 것”이라며 “많은 사람을 투입해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연합훈련에 대해서는 부적절하며 중단 시 엄청난 비용이 절감될 것이라고 말해 훈련 중단을 강력 시사했다. 종전선언도 실제로 일어날 수 있음을 암시하는 등 북한 체제 보장을 염두에 둔 발언도 많았다.
12일 싱가포르 현지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는 단연 공동합의문에 CVID가 들어가지 않고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만 들어간 것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CVID가 들어가지 않은 것은 (협상)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그 절차가 분명히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합의문에는 없지만 사실상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에) 도착하자마자 시작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아마 이미 시작했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미사일 엔진 시험장을 폐쇄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풍계리 핵시설 이외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시설 등의 폐쇄를 북한이 공식적으로 발표할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검증도 제대로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많은 사람을 투입해 북한 비핵화를 검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전문가들의 방북 및 비핵화 사찰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의 비핵화 절차에 대한 반대급부로 한미연합훈련 중단도 강력 시사했다. 그는 “한미연합훈련이 중단될 것”이라며 “엄청난 돈을 군사훈련(war games)에 쓰고 있다. 한국도 부담하지만 일부분”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괌에서 한국까지 와서 (미군 비행기가) 폭격 연습하고 가는 데 큰 비용이 드는데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북한과 협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군사훈련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매우 도발적인 상황”이라며 “한국과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북한도 최근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했으므로 한미연합훈련도 중단하는 게 마땅하다는 논리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안전보장의 일환으로 “조만간 실제로 종전선언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향후 정전협정 65주년인 7월27일에 맞춰 남북미 종전선언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북미수교와 관련해서는 “가능한 빨리하기를 원하지만 지금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북한에 미국 대사관 설치 등 북미 간 관계 정상화는 비핵화가 완료된 후에 가능할 마지막 단계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셔틀 정상회담’도 예고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백악관 방문 요청을 수락했으며 나도 적절한 시기에 평양을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합의문에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북한 고위급 후속회담이 다음주에 개최된다”고 말했다.
비핵화에 걸리는 기간에 대해서는 “과학적으로 많은 시간이 걸린다”며 “물리적이고 기계적인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최대한 빨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재완화에 대해서는 “더이상 핵무기 위협 요인이 아닐 때 해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곧 일어나기를 바란다”며 “제재를 해제하는 날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와 핵무기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는 비핵화 과정의 약 20%에 도달해도 (핵무기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는데 그때 제재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완전한 비핵화에는 상당히 오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회담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회담은 정직하고 직접적이었으며 생산적이었다”면서 “그는 안보와 번영을 위한 역사적 인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싱가포르=특별취재단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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