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 결과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하지만 오늘 해외 언론인들을 3명이나 태웠습니다.”
싱가포르에서 만난 택시 기사의 말처럼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가 이번 회담으로 많은 실속을 챙겼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가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데 161억원의 비용이 들었다고 밝혔지만 싱가포르는 환산할 수 없는 그 이상의 유·무형적 이득을 봤다는 것이다.
12일(현지시간) 외신들은 ‘세기의 회담’을 개최한 싱가포르가 그 특수를 만끽하며 이번 회담의 최대 수혜를 톡톡히 누리게 됐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싱가포르가 이번 회담으로 누리는 경제 효과는 싱가포르 정부가 부담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체류비 이상일 것”이라며 “세기의 이벤트를 개최하면서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제네바’라는 명성을 얻게 됐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국토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회담장이 된 싱가포르에 대해 외신들은 앞다퉈 소식을 전하기 바빴다. 두 정상이 묵은 호텔과 회담이 열린 센토사섬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알려진데다 회담 전날 한밤중에 기습적으로 시내 관광에 나선 김 위원장도 싱가포르 홍보에 힘을 보탰다. 김 위원장은 11일 밤 싱가포르의 랜드마크인 마리나베이샌즈호텔은 물론 식물원인 가든스바이더베이와 플라워 돔을 관람했다.
서울경제 취재진은 김 위원장이 방문한 시간대에 가든스바이더베이와 플라워 돔을 찾았지만 실내 전시관은 굳게 닫혀 있었다. 이곳이 평소 오후9시에 문을 닫는 점을 고려하면 싱가포르 정부가 김 위원장을 위해 특별히 늦은 시간에 전시관을 개방한 데는 경호 문제와 함께 회담 장소에서 제외된 이곳을 알리기 위한 치밀한 계산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싱가포르 정부는 글로벌 홍보의 창구 역할을 하는 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한 싱가포르 알리기에도 적극 나섰다. 글로벌미디어센터(IMC)를 방문한 2,500여명의 기자들에게 나눠준 미디어 패키지 내용물은 싱가포르 관광지를 소개하는 안내 책자가 대부분이었다. 정부는 또 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회담 기간에 홍보가 덜 된 곳을 중심으로 관광지와 싱가포르 경제현장을 시찰하는 미디어 투어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외신들로부터 고액의 IMC 사용료를 챙긴 싱가포르가 생색을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12㎡의 칸막이 부스 사용료는 8,000싱가포르달러(약 646만원), 중계 장소 임대료는 하루에 1만2,000~1만5,000싱가포르달러에 달한다”며 “김 위원장의 숙박비는 결국 미디어가 지급한 것”이라고 비꼬았다.
/싱가포르=특별취재단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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