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선거는 ‘지방선거의 꽃’으로 불린다. 마치 ‘미니 대선’을 방불케 할 정도로 여야 정치권의 잠룡들이 대거 출전하는데다 선거 결과에 따라 향후 정계개편의 불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 역시 차기 대권 주자로 분류되는 거물급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하지만 개표 결과 예상대로 여당의 압승으로 싱겁게 마무리되면서 서울시장 후보 3인의 운명도 엇갈리게 됐다.
먼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여유롭게 서울시장 3선에 성공한 박원순 당선자는 차기 대권 도전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지난해 대선 당시 당내 경선까지도 못 가고 중도 포기했던 박 당선자는 ‘사상 첫 3선 서울시장’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면서 여권 내 경쟁주자들보다 한발 앞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당선자는 차기 대권 도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선을 긋고 있지만 향후 시정평가에 따라 여권의 유력 대권 주자로 급부상할 수도 있다. 3선 도전에 성공한 박 당선자는 당장 대권 도전에 욕심을 내기보다는 서울시민들의 지지와 함께 당내 우군을 확보하면서 서서히 차기 대권 행보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박 시장에게 완패한 야권 후보들은 남은 정치생명에 치명상을 입게 됐다. 더욱이 야권이 분열한 채 ‘3파전’ 구도로 갈 경우 필패가 분명한 상황에서 끝내 야권 단일화를 성사시키지 못한 만큼 보수진영으로부터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는 선거 패배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상대적으로 입게 될 타격은 덜하다. 한국당 지도부가 서울시장 후보로 영입하려던 인사들이 모두 고사하는 상황에서 구원 등판한 만큼 김 후보는 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크게 잃을 게 없는 싸움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런 그가 보수층을 결집해 서울시장 선거에서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를 제치고 2등을 차지하면서 향후 당권 도전 가능성과 함께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불씨를 되살렸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번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그의 지나친 이념 편향적 행보는 외연 확장을 가로막는 한계로 지목되고 있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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