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교육정책만큼은 보수와 진보 같은 정치논리에 따라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아야 한다는 유권자들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대학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 외고·자사고 폐지 등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불만이 교육감선거에서 보수후보들의 선전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보수인 박선영 서울시교육감 후보는 14일 오전1시30분 현재 34.7%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방송 3사가 선거에 앞서 지난 2~5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예상득표율(10.5%)보다 무려 20%포인트 이상 높은 것이다.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의 득표율(22.1%)과 비교해도 확연히 높다.
대전의 경우 보수 설동호 후보(52.5%)가 진보 성광진 후보(47.5%)를 눌렀다. 허태정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전시장 선거에서 무려 57.9%의 득표율로 박성효 자유한국당 후보(31.2%)를 압도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제주 등에서는 양 진영이 접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외에도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보수 교육감 후보는 선거의 승패와 무관하게 적게는 10%대에서 많게는 40%대의 득표율을 차지했다. 보수진영의 시장·도지사 후보들보다 많은 표를 받은 것이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직후 실시된 2014년 교육감선거 때는 기존 교육 시스템을 송두리째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강해 보수가 참패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하지만 이번에는 보수가 차지한 득표율만 보면 그때처럼 보수가 참패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도 후보에게 갈 표가 사표 심리 때문에 보수 쪽으로 갔다는 인상도 받는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을 현 정부의 설익은 교육정책과 진보 교육감의 이념편향적 정책 집행에서 찾고 있다. 실제 문재인 정부가 도입·추진하겠다고 했던 수능 절대평가는 사실상 백지화됐고 교육청이 학생 인권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교권이 추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진보 교육감이 주장하는 전교조 합법화에도 반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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