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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미동맹은 북미거래 대상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느닷없이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꺼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북한과의)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엄청난 돈이 드는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한반도에 주둔하는 군대를 귀국시키고 싶다”고도 했다. 이는 앞으로 있을 북한과의 핵협상을 위한 것일 수도 있고 비용문제를 고려한 것일 수도 있다.

문제는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주한미군 철수가 일으킬 파장이 엄청나다는 점이다. 주한미군의 역할은 단순히 북한의 위협에 대비해 한국을 지키는 것만이 아니다. 이는 동북아 전체의 안보지형과도 관련이 있다. 주한미군은 최근 동북아에서 갈수록 힘이 커지는 중국의 영향력을 억제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주한미군이 북한과의 거래 대상이 될 수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런 역학관계를 무시하고 단순히 북한과의 거래 차원에서 한미동맹의 근간을 흔드는 카드를 쓰는 것은 한국은 물론 미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당장 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 약화를 원하는 중국이 “만족할 만한 진전”이라며 환영을 표한 이유가 뭐겠는가. 훈련 부족으로 주한미군의 전력이 약해지면 앞으로 핵협상 과정에서도 북한을 압박하는 데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제 우리의 대응이 더 중요해졌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 보듯이 북미 간 관계개선 속도가 빨라질수록 한국이 배제된 상태에서 중요한 안보 이슈가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한미연합훈련과 주한미군 문제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결정되는 것은 우리 안보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럴 때 일시적으로 남북관계가 풀린다고 해서 안보의 안전장치를 푸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정부는 일본 등 우방국들과 함께 한미일동맹이 흔들리지 않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 이와 함께 자체적인 안보역량을 키우는 노력도 강화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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