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사진)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는 지난 대선에 이어 이번 선거에서도 연거푸 3위에 머무르며 또 한번 한계를 드러냈다. ‘녹색 돌풍(국민의당 선전)’의 주역에서 2년 만에 ‘0석 쇼크’의 당사자로 주저앉으며 차기 대권 행보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안 후보는 선거 결과 20% 미만의 낮은 지지율로 3위를 기록했다. 선거 기간 큰 격차로 뒤졌던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물론이고 ‘(박 후보를) 절대 이길 수 없을 것’이라며 평가절하했던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에게도 밀린 것이다. 안 후보는 이날 출구조사 발표 직후 바른미래당 상황실을 찾아 “서울 시민의 선택을 존중하며 겸허히 받들겠다”며 “무엇이 부족했고 무엇을 채워야 할지 깊게 고민하겠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지난 19대 대선에서 안 후보(21.41%)와 유승민 공동대표(6.76%)가 총 28.17%를 득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성적이 더욱 뼈 아프고 처참하다는 평가다.
선거 참패로 ‘정치인 안철수’의 입지는 크게 좁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16년 총선에서 안철수 신당(국민의당)의 녹색 돌풍을 일으키며 정치실험에 성공했던 그이지만 이번 서울시장 선거 패배와 바른미래당의 부진은 향후 당권과 대권 행보에 상당한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특히 김 후보와 단일화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당 안팎의 거센 반발을 불러온 만큼 적지 않은 후폭풍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는 대선 패배 직후 곧바로 당권 도전에 이은 지방선거 출마까지 숨 가쁜 일정을 이어왔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그가 당분간 휴식기를 가지며 복귀 시기를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안 후보가 선거 후 바른미래당 당권 경쟁에 뛰어들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지만 서울시장은 물론 그가 인재영입위원장으로 나서 내세운 후보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시면서 당장 당 전면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이날 향후 거취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깊게 고민하고 따로 말씀드릴 기회를 갖겠다”며 말을 아꼈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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