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발 짚은 탈북자’로 알려진 지성호씨가 북미 정상회담에서 인권 문제 논의가 빠졌다며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정연설로 주목받은 탈북자 지씨는 13일(현지시간) 미 싱크탱크인 민주주의진흥재단 주최 포럼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인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씨는 “보통 한반도 통일을 말할 때 영토적 통일을 얘기하지만 중요한 것은 사람의 통일”이라며 “남북이 통일된다면 북한 주민들이 ‘우리가 죽어갈 때 당신들은 무엇을 했느냐’고 물어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들에게 답변할 책임이 있다”면서 “그들의 인권에 침묵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씨는 6·12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가 주요 의제에서 제외된 것에 대해서도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소리(VOA) 객원 앵커와의 인터뷰에서 “(정상회담 시간의) 약 90%에서 비핵화 문제를 논의했지만 인권 문제를 포함해 다른 많은 사안도 의제로 삼았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말 의회 국정연설에서 지씨를 ‘특별 게스트’로 깜짝 등장시킨 바 있다.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부각하는 취지에서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섬뜩한 북한 정권에 대한 또 한 명의 목격자”라면서 지씨를 소개했고 그는 목발을 머리 위로 들어 보였다.
지씨는 의회 국정연설에 참석한 후 VOA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한 것이 북한 문제 해결에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큰 의미가 있고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사람들은 말을 못한다. 그런데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북한 주민들에게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면서 “북한 정권에는 굉장히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1996년 굶주리는 소년이었던 지씨는 식량과 맞바꾸기 위해 화물열차에서 석탄을 훔치려고 시도했고 그 과정에서 굶주림에 탈진해 선로에서 기절했다. 지나가던 열차가 지씨를 덮쳤고 그는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지만 이 과정에서 다리를 절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가 만들어준 나무 목발에 의지해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거쳐 한국 땅을 밟은 그는 2010년 남북한 청년들이 함께하는 북한 인권단체 ‘나우’를 설립해 대북 라디오 방송과 탈북난민 구출 활동을 하고 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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