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부실공사를 많이 한 업체는 앞으로 선분양을 제한 받는다. 국토교통부는 부실공사에 대한 불이익(penalty)으로 선분양을 제한하겠다는 취지로 관련법 개정안을 지난 5일 입법 예고했다. 부실공사로 불이익을 받게 되는 대상 업체도 주택법을 위반해 영업정지를 받은 사업 주체(시행사)에서 앞으로는 건설산업기본법에 의해 영업정지나 벌점 등 처분을 받은 시공사까지로 확대된다.
아파트 부실공사 문제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는 일견 바람직하다. 이를 통해 부실공사에 대한 관련 업체들의 경각심을 높일 수 있는 계기로 삼고 더불어 소비자 보호와 권익을 신장시키겠다는 정부의 판단은 옳다. 부실시공 문제는 건축 공사를 업(業)으로 하는 주택건설 관련 업체들의 대국민 신뢰, 기업의 영속성 문제와 결부되기 때문에 반드시 근절돼야 하는 사안이다.
문제는 부실시공 근절과 부실시공에 대한 불이익으로 정부에서 제한하고자 하는 선분양 간의 연관성이다. 부실시공은 업체들의 공정관리 미비와 현장에 대한 감리, 관리 감독의 부실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겠지만 건설 현장의 기후, 여건 등이 복합적으로 연계돼 발생한다. 따라서 부실시공을 최소화 또는 방지하려면 부실시공의 발생 원인에 대한 진단과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 방안의 강구와 그에 상응하는 행정적인 조치를 마련하는 것이 맞다.
또 다른 쟁점은 이렇다. 소비자 입장에서 모든 건설 공사의 부실시공은 없으면 좋다. 문제는 소비자가 생각하는 ‘부실시공’과 법적인 보상 및 보호 조치가 가능한 ‘하자’와는 엄연히 구별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하자 역시 부실시공의 결과다. 그렇지만 불가피한 하자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조치하도록 명시화돼 있다는 점이다. 관련 보도 등에 따르면 실제로 2011년 이후 아파트 부실공사의 책임을 가려달라고 분쟁조정위에 접수된 신청 건수는 1만7,000건이 넘는다. 이 중 공사에 하자가 있다고 판정된 것만 8,500여건에 이른다. 하자는 부실시공에 의한 것은 맞지만 법(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하자담보책임이 있는 주체가 역시 법에 따라 발생한 하자를 해결하도록 돼 있고 심지어 법에 명시된 하자에 대한 담보책임을 사업체(건설업체)가 다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법을 통해 2중, 3중으로 확실한 소비자 보호를 명시하고 있다.
입주하는 새 아파트 벽지가 들떠 있거나 화장실 타일의 줄눈 처리 불량도 부실시공이 맞다. 그러나 이들은 도배·미장공사 불량에 따른 2년 내 하자로 분류돼 법에 따라 조치된다. 물론 이보다 문제가 큰 구조적인 문제 역시 3년, 5년, 10년 동안의 하자담보책임기간을 통해 구제된다. 법에 따라 보호받는 단순 ‘하자’와 사회문제화되는 수준의 부실시공과는 구별돼야 하는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구분 자체가 애매하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대부분의 소비자는 부실시공이라는 원인에 대한 적절한 조치였는지와는 상관없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할 것이다. 부실시공을 하지 말라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로만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부실시공에 대한 엄중한 책임으로서의 선분양 제한이 업체에 어떻게 작동될지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이번 정부의 조치는 ‘사업을 계속하려면 부실 없는, 좋은 주택을 잘 지으라’는 경고는 맞다. 그럼에도 부실시공의 원인과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하자보수의 제도적 보완을 통한 개선 노력이 없는 점이 아쉽다. 오히려 부실시공 여부에 따른 선분양 제한은 원인과 결과로서의 상호 연관성보다는 후분양을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 업체에는 아킬레스건이라고 할 수 있는 선분양을 제한했다는 점에서 징벌적 성격이 강하다. 이번 조치가 업체들에는 ‘옥상옥(屋上屋)’일 수 있는 이유다. 관련 업체들이 기업 활동을 통해 갖는 ‘주택 공급에 기여’라는 선량한 의지가 선분양 제한이라는 규제를 통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은 못내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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