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문재인, 서울시장은 박원순, 구청장·시의원·구의원도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돼야 문재인 정부가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습니다.”
6·13지방선거에서 3선에 성공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유세 때마다 빼놓지 강조한 말이다. 사상 첫 3선 서울시장이 된 그는 지방선거 다음날인 14일 “이제 정부·구청장들과 한 라인이기 때문에 훨씬 더 과감한 혁신과 혁명을 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밝혔다.
박 시장은 서울시청 기자실을 찾아 “서울을 바꿔 전국의 모델, 세계적 모델이 되도록 하겠다는 일념밖에 없다”고 말하며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박 시장은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광역자치단체장을 모두 민주당이 차지한 만큼 “수도권 시도지사 협의체를 만들어 상생하겠다”는 계획도 설명했다.
다음은 박 시장과의 일문일답.
-이번 선거를 통해 차기 대선 후보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는데.
△이번 선거에서 제가 ‘혁명’이라는 말을 많이 썼다. 이 단어가 시민들에게 부담감 없이 전달된 것은 촛불집회 이후 정치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민 삶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새로운 시대에 대한 갈망이 아직 높기 때문이다. 이제 문 정부·서울 구청장들과 ‘한 라인’이기 때문에 훨씬 더 과감한 혁신과 혁명을 할 수 있다. 서울을 바꾸고 서울이 전국의 모델, 세계적 모델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일념밖에 없음을 분명히 말씀 드린다.
- 선거 과정에서 가장 자신 있었던 공약은 무엇이었나.
△ 자영업자 관련 공약이다. 핀테크 기술을 이용한 ‘서울페이’를 통해 카드 수수료를 0%대로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현장을 다니면서 보니 작은 가게여도 몇십만원, 큰 가게는 몇백만원의 수수료를 내고 있었다. 카드 수수료를 0%로 만들면 1년에 자영업자들에게 그랜저를 한 대씩 사주는 꼴이 된다. 매우 큰 효과가 날 것이다. 병원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을 위해 유급병가제도를 도입하고 고용보험료 일부를 서울시가 대납하겠다.
- 선거기간 중 용산 재개발 구역에서 건물붕괴 사고가 있었다. 현장 돌아보며 재개발·재건축 정책에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나.
△ 재개발·재건축·뉴타운 정책이 가진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큰 사고가 될뻔한 아찔한 일이었다. 용산 건물붕괴 사고를 계기로 재개발 전 지역과 서울 내 소형 건물 전체에 대해 전수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해 놓고 추진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100여개 지역을 가장 이른 시일 내에 정리할 계획이다.
- 서울시장 후보로 경쟁한 자유한국당 김문수,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에 대해 한 말씀해달라.
△ 정치를 떠나 김문수, 안철수 후보 모두 훌륭한 분이다. 자신의 분야에서 굉장한 혁신과 성취를 이뤄냈다. 김 후보는 제가 인권변호사 시절 변론을 한 분이다. 안 후보는 기업인으로서, 또 학문 영역에서 큰 성취를 이뤘다. 그러나 정치의 영역은 조금 다른 것 같다. 저는 인권변호사로서 인권이라는 민주주의의 핵심을 다뤘고 참여연대, 아름다운재단, 희망제작소 등에서 지방정부 정책을 분석하면서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고민을 해왔다. (두 후보는) 조금 다른 경로를 가져온 분들이라 서울시민들이 달리 판단하지 않았나 싶다. 선의의 경쟁을 해준 두 후보에게 경의를 표한다.
- 3선을 하다 보면 지나치게 안이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 저와 경쟁했던 분들은 3선 ‘피로감’을 얘기했지만 시민들은 ‘필요감’을 말했다. 과거 7년 돌이켜보면 반성할 대목이 상당히 많다. 때로는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일을 너무 많이 시키고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저는 혁신적 구상과 아이디어가 철철 넘치는 사람이기 때문에 7년이 지났다고 해서 안일하게 바뀌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어떻게 직원들이 신나게 일하는 분위기 만들지, 큰 틀의 성취를 이룰지 고민하겠다.
-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을 모두 민주당이 이끌게 됐다. 협력관계도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행정 구역상으로는 수도권을 3개 시·도로 나눴지만, 실제 시민의 삶은 하나다. 교통, 주거, 미세먼지 등 모든 문제에서 서로 협력할 필요가 있으며, 협력해야 시민이 요구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수도권 시도지사 협의체를 정기적으로 만들어 각자가 요청하는 문제들을 협의하겠다. 상생하고 윈윈하는 관계를 만들겠다. 각자의 행정구역을 존중하되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 북미정상회담이 잘 끝났고 남북도 대화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서울시 차원에서 어떤 계획이 있나.
△ 갈등 대신 평화와 대화로 가는 길을 서울시가 주도해야 한다. 중앙정부가 큰길을 뚫으면 서울시가 그 길을 메워야 한다. 서울시가 세운 ‘서울-평양 포괄적 교류 협력 방안’이 이미 북한에 전달됐으며 남북정상회담 자리에서 문 대통령도 서울-평양 교류 안을 언급했다. 정부 협력을 얻어 이른 시일 안에 북한을 방문해 지금까지 해보지 못한 서울-평양, 서울과 북한 다른 도시 간 협력을 추진하겠다.
- 서울시의회 110석 중 민주당이 102석을 차지했다. 서울시의회가 ‘민주당 의원총회’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의석을 가져와 차라리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너무 크게 이겼기 때문에 큰 책임감과 부담감을 느낀다. 야당의 존재도 필요하다. 서울시의회 한국당이 교섭단체를 꾸리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지만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협치하겠다.
/신경희인턴기자 crencia96@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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