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고용의무제는 2014년 심각한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한시적으로 운영하겠다며 도입된 제도다. 그동안 한차례 유효기간이 연장돼 올해 말 일몰을 앞두고 있는데 이를 또다시 늘리겠다는 것이다. 물론 향후 3∼4년이 청년취업난의 최대 고비라는 정부 주장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청년고용의무제가 시행된 지 수년이 흘러도 고용사정은 오히려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이런데도 제도의 실효성을 면밀하게 따져보지도 않고 무조건 늘리겠다고 하니 대선공약 이행에만 집착한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공공기관 5곳 중 1곳이 고용의무제를 지키지 못할 만큼 제도가 겉돌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에만도 64개 공공기관이 의무비율을 지키지 못했을 정도다. 일각에서는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나 개별기관의 경영여건이나 인력구조를 따져보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공기업의 자율경영을 훼손하고 세대 간 일자리 갈등을 부추길 우려도 크다. 이런데도 정치권에서는 의무비율을 3%에서 5%까지 높이는 법안을 쏟아내고 있으니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 인기영합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후보들은 청년고용의무제를 확대하고 취업자금을 지원하겠다며 일자리 공약을 내놓았다. 하지만 공공기관의 일자리정책은 민간 부문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마땅하다. 좋은 일자리를 만들려면 공공이든 민간이든 강제로 팔을 비틀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창출하도록 여건부터 조성해줘야 한다. 규제를 풀고 투자의욕을 살려주니 서로 청년을 모시겠다며 경쟁을 벌이는 선진국의 사례라도 보고 배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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