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의 원인이 된 난민 문제가 또 다시 부각되며 유럽연합(EU) 분열의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난민구조선 ‘아쿠아리우스’ 사건을 둘러싸고 EU 경제 3·4위인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정면 충돌한 데 더해 EU의 맏형격인 독일은 난민 문제로 내각의 불협화음이 불거지고 있다. 브렉시트 이후 잠시 수면 아래에 잠자고 있던 EU 분열 사태가 이탈리아의 포퓰리즘 정권 탄생 이후 본격적으로 부상하며 EU를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는 분석이다.
13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탈리아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아쿠라리우스 사건에 대한 프랑스 측의 발언에 따라 외무 및 국제협력부 장관이 오늘 아침 프랑스 대사를 외무부 청사로 불러들였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탈리아에 대해 “냉수주의적이고 무책임하다”고 비판한 것에 대해 맞불을 놓은 것이다. 앞서 리비아 해역에서 구조한 난민 629명을 태운 선박 아쿠아리우스는 이탈리아의 입항 거부로 오도 가도 못하다가 결국 스페인의 수용 결정으로 발렌시아항에 도착한 바 있다. 난민구조선의 입항 거부 결정을 내린 당사자인 마테오 살비니 내무장관은 프랑스 정부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이날 상원에 출석한 살비니 장관은 “EU의 난민분산 정책에 기초해 프랑스는 지난 3년 동안 9,816명의 난민을 수용하기로 돼 있었으나, 이 가운데 고작 340명만 받아들였다”며 “마크롱은 말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내일 아침 당장 프랑스가 수용하기로 약속한 9,000명의 난민을 데려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 프랑스 정부의 공식 사과가 없다면 오는 15일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의 정상회담 역시 취소돼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탈리아 정부는 당초 이날 오후 파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양국 경제장관회의도 취소했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신임 총리 역시 “난민 위기에 대한 프랑스의 접근 방식은 위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탈리아가 거세가 반발하자 프랑스 외무부는 “프랑스는 이탈리아가 느끼는 난민 부담의 무게와 노력을 잘 알고 있으며 그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적이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EU 내 경제 1위 국가인 독일의 메르켈 총리 역시 강경한 난민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내각의 압박을 받고 있다.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은 애초 지난 11일 EU 내 다른 국가에 망명 신청을 한 난민의 입국을 막는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메르켈 총리의 반대에 일단 취소했다. 메르켈 총리는 “우리가 난민 문제를 다루는 방식은 향후 EU의 결속과 미래를 향한 리트머스 시험지일 것”이라며 “EU 차원에서 논의해 난민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해결책을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