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삶을 책임지는 관리자로서 정부의 역할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시장만능주의 확산에 따른 불공정한 시장질서의 폐해가 커질수록 국가는 그 책임성을 강화하고 적극적으로 행위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얼마 전 건설회사 부영의 아파트 부실시공이나 평택 국제대교 부실시공과 같이 시민의 안전과 환경을 해칠 수 있는 상황에서 국가는 건설행정의 관리자로서 책임성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국민의 삶의 질을 제고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국토교통부의 부실업체 선분양 제한 강화 및 감리비 사전 예치제도 도입을 위한 주택법 개정안과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및 주택법 시행규칙 개정안은 시의적절하다고 본다.
우선 우리나라의 주택분양제도를 살펴보면 주택이 완공되기 전에 이를 입주자에게 분양하도록하는 선분양제도를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다. 분양계약자가 계약금·중도금을 통해 주택가격의 80% 정도를 주택의 완공 이전에 납부하도록 해 건설비용에 충당하는 제도로 건설사의 금융비용 절감 등을 통해 주택건설자금을 확보하기 쉬워 활발한 주택공급을 할 수 있게 했다. 그동안 단기간 주택 대량공급을 위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받아 허용됐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건설회사의 부실공사나 부도·도산의 경우 분양계약자가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후분양은 논의가 계속되고 있는 점에서 부실공사한 건설사에 한해 우선적으로 적용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또한 부실업체 선분양 제한의 경우 부실공사를 한 시행사뿐만 아니라 시공사가 주택건설사업을 할 경우 선분양이 엄격히 제한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그 효과가 예상된다. 주택건설 전 과정을 기획하고 실행까지 담당하며 시공사에 도급을 통해 사업 과정에 대한 법적 책임을 부담하는 시행사뿐 아니라 이러한 시행사로부터 계약을 통해 실질적인 건축공사를 실행하는 시공사까지 양자 모두에 적용하는 양벌규정으로 법적 실효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시공사는 공동주택을 시공해달라는 대로 시공한 후 주택의 분양 여부와 관계없이 시공비만 챙겨가고 부실시공 문제에 있어서나 여타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운 기존의 건설 관련 구조가 부실공사를 방치하는 측면도 없지 않았다.
더욱이 선분양 제한의 대상으로 부실공사를 한 업체까지 범위가 확대되고 판단 기준도 영업정지 외에 건설기술 진흥법상 벌점을 받은 경우와 건설산업기본법상 영업정지로 확대하고 선분양 제한이 적용되는 영업정지 사유도 부실시공 관련 23개 사유로 보다 명확히 확대함으로써 부실시공 방지 매뉴얼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영업정지와 더불어 벌점제도를 둬 이를 합산해 선분양을 제한하도록 함으로써 제재의 객관성을 제고했다고도 보여진다.
다른 관점에서 부실시공 방지를 위해서는 감리제도의 개선은 필수적이다. 그동안 공동주택 부실시공 예방 및 품질 제고를 위해 감리자 역할이 강조됐지만 현행과 같은 감리제도에서는 감리자가 사업 주체로부터 직접 공사감리비를 지급받고 있어 객관적이고 공정한 감리업무를 수행하는 데 다소 어려움이 많았다. 감리란 공공을 대신해 공사 전반을 감시하는 역할이었지만 그간 감리 대가를 승인권자(지자체)가 아니라 사업 주체인 건설업자로부터 지급받다 보니 감시해야 할 사람의 눈치를 보는 불합리에서 제대로 감리가 이뤄지지 않았다. 따라서 사업 주체가 사업계획 승인권자에게 공사감리비를 사전에 예치하도록 한 점은 기존의 공사감리 대가 지급에 있어 관행처럼 존재해온 ‘갑을’ 관계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토부의 부실업체 선분양 제한 강화 및 감리비 사전 예치제도 도입과 관련해 부실업체에 대한 영업정지와 동시에 부실업체 해당 지자체의 행정처분 등의 조치가 이뤄져 효과적인 제재가 돼야 할 것이다. 현재 민간주택의 경우 보증을 받은 건설회사만이 입주자를 모집할 수 있기 때문에 주택 선분양과 관련된 제반 보증업무를 취급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업무 관련 규정의 개정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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