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원이 AT&T의 타임워너 인수가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리자마자 캠캐스트가 기다렸다는 듯이 21세기폭스 인수전에 정식으로 뛰어들었다.
미 최대 케이블방송사인 컴캐스트는 13일(현지시간) 650억달러(약 70조3,600억원) 규모의 인수합병(M&A) 거래를 폭스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폭스의 영화 스튜디오와 케이블채널들을 주당 35달러에 인수한다는 조건이다. 이는 앞서 월트디즈니가 폭스에 제시한 가격(주당 29.18달러)보다 19% 많은 금액으로 거래대금은 모두 현금으로 지불할 방침이다. 월트디즈니는 지난해 12월 폭스를 524억달러에 인수하기로 양측이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컴캐스트의 폭스 인수 도전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컴캐스트는 디즈니보다 16% 높은 인수가격(주당 34.41달러)을 내놓았지만 반독점 우려로 디즈니에 패했다.
컴캐스트가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은 조건으로 다시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AT&T의 타임워너 인수가 법원의 승인을 받으면서 반독점 우려가 걷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컴캐스트는 AT&T와 타임워너가 M&A에 성공할 경우 폭스에 디즈니의 인수 제안가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브라이언 로버츠 컴캐스트 최고경영자(CEO)는 루퍼트 머독 폭스 CEO와 그의 후계자인 아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우리의 새 제안은 디즈니와 비교해 당국의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더 높다. 반독점 위반 여부에 대한 검토과정도 더 짧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시장에서는 컴캐스트의 도전으로 21세기폭스 인수전의 판이 바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다음달 10일 주주총회에 디즈니와의 M&A 승인건이 상정될 예정이었지만 주총이 연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폭스는 이날 “컴캐스트가 우리 측에 인수 제안을 해왔다. 내용을 면밀히 들여다볼 것”이라며 거래 대상이 뒤바뀔 가능성을 내비쳤다.
밥 아이거 디즈니 CEO도 인수전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여 폭스 매각은 ‘쩐의 전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폭스가 컴캐스트의 제안을 주주들과 공유하면 디즈니는 다른 조건을 내걸 권리가 주어진다”며 디즈니와 컴캐스트 CEO 간 숨 막히는 결투가 벌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3년 전 컴캐스트가 타임워너 인수에 실패한 경험이 있어 반독점법 위반 위험이 상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소식통은 WSJ에 “컴캐스트가 미국 최대 광케이블 업체인 만큼 폭스 인수 이후 경쟁사들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며 “반독점 이슈에 계속 시달릴 것”이라고 밝혔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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