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개최된 평창동계올림픽이 남북이 함께 참여한 ‘평화 올림픽’으로 막을 내리면서 남북·북미 정상회담의 물꼬를 틀 수 있었습니다. 스포츠 분야를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가 국가의 운명을 바꾸는 데 기여할 수 있어서 고맙고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도종환(사진) 문체부 장관은 15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취임 1주년을 맞아 간담회를 갖고 “남북이 잃어버린 평화를 되찾고 공존 가능성을 모색하기 시작하자 막혀 있던 문제들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하더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중학교 교사와 시인·국회의원을 거쳐 문재인 정부의 첫 번째 문체부 장관으로 발탁된 그는 지난 1년간 ‘블랙리스트’로 만신창이가 된 조직을 추스르고 ‘미투’ 캠페인으로 드러난 문화예술계의 성폭력 문제, 중국인 관광객 감소의 직격탄을 맞은 관광 업계의 현안 등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도 장관은 “우리 부처의 이름이 ‘문화체육관광부’인데 처음 취임했을 때는 ‘문화’도 어렵고 ‘체육’도 해야 할 일이 많고 ‘관광’도 해결 방안이 보이지 않아 참 어려운 상태에서 시작했다”고 돌이켰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힘든 조건들을 극복하고 마침내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참여하기로 한 것이 반등의 중요한 계기가 됐다”며 “남북 간에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자 확 줄었던 일본 관광객도 늘어나고 중국인 관광객도 다시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 장관은 당장 오는 18일 이뤄지는 남북 체육회담과 관련해 “우리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카누·조정 등 두 개 정도의 종목에 단일팀을 구성하는 방안을 제안했는데 북한은 종목 숫자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며 “북한이 이번 회담에서 추가로 종목을 제안해오면 논의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통일 농구’ 경기에 관심이 큰 만큼 이 부분도 안건으로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도 장관은 “(문화 교류의 경우) 나는 북한에 ‘겨레말큰사전’ 편찬 작업을 1순위로 진행하자고 제안했다”며 “정치·군사적 현안과는 별개로 분단 70년의 역사를 거치며 이질화된 언어의 동질성을 회복하는 일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2007년 10·4선언에 포함된 백두산 관광 같은 관광 현안은 1순위는 아니고 후속으로 진행될 과제”라고 설명했다.
당장 7월 시행에 들어가는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서는 “영화·방송·게임 등 특수한 산업 분야가 많은 문화계는 다른 어느 분야보다 (급격한 제도 변화가) 힘들 수 있다”며 “업계 종사자들의 이야기도 많이 듣고 있고 현실에 맞는 방안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동시간이 단축되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조사한 통계청의 설문 자료를 보니 1순위가 관광·여행, 2순위가 문화·예술 활동, 4위가 체육·스포츠 활동이더라”며 “노동시간이 줄면 문체부가 가장 많은 일을 해야 하는 정부 기관이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최근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참석한 국가재정전략회의 때 안정적인 재원 투자를 위한 예산 증액을 요청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도 장관은 문화계에 만연한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담 부서를 문체부 안에 설치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그는 “최소한 과장급 이상의 전담 부서를 만들고 관련 전문가를 외부에서 초빙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며 “행정안전부와도 추가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도 장관은 또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의 활동에 대해서는 “현재 마무리 작업 중이고 곧 수사 의뢰, 징계 조치 요구 등을 담은 권고안이 문체부로 넘어올 것”이라며 “수사 의뢰가 필요한 분들은 법적 검토를 거쳐야 할 것이고 전반적으로 원칙대로 엄정하게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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