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는 전쟁”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이 말은 맞는 말인가, 아닌가. 어떤 경영철학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답은 달라질 수 있다. 비즈니스를 제로섬 게임으로 보면 맞는 말이다. 그렇다면 비즈니스에서 윈윈하자는 말은 모두 거짓말이 된다. “비즈니스에서는 정글의 법칙이 지배한다.” 이 말은 맞는 말인가, 아닌가. 많은 사람은 이 말이 맞는다고 주장한다. 사실 자신은 윤리적으로 비즈니스를 하고 싶은데 경쟁자들이 반칙을 하기 때문에 자신도 어쩔 수 없이 반칙하게 된다는 말이다. 그래서 여기에서는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단다. 사실 이 말은 반만 맞는 말이다. 정글에 있을수록 협동하는 사람이 살아남는다.
정글의 법칙 제1조는 ‘정글에 절대 혼자 들어가지 말라’다. 정글에 혼자 들어가면 잡을 수 있는 사냥감이라고 해봐야 주먹만 한 것밖에 없다. 까딱 잘못하다가는 맹수의 밥이 되기 십상이다. 둘이 같이 들어가면 잡을 수 있는 사냥감의 사이즈가 좀 더 커진다. 둘이 잘 협동하면 맹수의 공격을 피할 수도 있다. 셋이 같이 가면 게임은 확 체인지된다. 이제 잘하면 맹수를 잡을 수도 있으니까. 정글에서 지속가능한 생존과 번영을 하기 위해서는 이기적 마인드를 버리고 협동할 줄 아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협력의 경영철학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정글의 법칙 제2조는 ‘평화를 추구하라. 그것이 불가능하면 전쟁을 준비하라’다. 영국 철학자 토머스 홉스가 한 유명한 말이다. 전쟁을 한다는 것은 엄청난 비용이 든다는 말이다. 임진왜란이 일어난 7년 동안 오죽했으면 조선반도의 인구가 반으로 줄었겠는가. 전쟁이 터지면 농부들은 호미와 삽 대신 창과 칼을 손에 든다. 당연히 농사는 팽개치고 전쟁터로 나간다. 그래서 굶어 죽고 싸우다 죽는다. 살벌한 정글에서는 더군다나 평화를 추구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절대로 위장평화에 속아서는 안 된다. 의심하지 않고 상대방을 믿는 것은 바보가 되기를 자청하는 것이다. 철두철미하게 의심하고 나서 확실하게 믿는 것이 장기적으로도 좋은 비즈니스를 하는 방법이다.
정글의 법칙 제3조는 ‘강자를 보호하라’다.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가 한 말이다. “약자를 보호하라”는 말을 잘못 쓴 것은 아닐까. 강자를 보호한다는 것은 이런 뜻이다. 우리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노예정신·거지근성이 득실득실한 것을 볼 수 있다. 노력도 하지 않고 열매를 따려고 하지를 않나 남에게 빌붙어 살아가려고 하지를 않나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시려고 하지를 않나. 이런 것들이 전형적인 약자들의 마음 자세다. 자신을 강하게 만들려고 하는 사람들, 자신에게 엄격하려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은 의외로 조직에서 왕따가 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보호가 필요한 거다.
많은 사람이 승자독식을 정글의 법칙으로 착각하고 있다. 사실 승자독식은 인간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놓은 마켓의 법칙이다. 제약산업에서는 특허가 대단히 중요하다. 신약 개발을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긴 시간 동안 투자해야 하는 리스크를 안아야 한다. 그래서 특허로 열매를 보장하는 것이다. 반면 패션 인더스트리에서는 특허가 유명무실하다. 인간의 몸매에 차이가 나면 얼마나 날 것이며 한 번 유행이 지나면 다 그게 그거라 그렇다. 정글에는 경쟁이 있지만 오히려 협력도 있다. 사랑이 있는가 하면 배신도 있다.
인간은 이미 정글이라는 자연상태가 아닌 사회를 구성해 살아가고 있다. 목표를 추구하고 행복을 누리고 배움을 원하면서 서로서로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상대방을 전멸시키겠다는 목표를 추구하면 모두 불행해진다. 나만 잘살겠다고 하면 다른 사람들이 그냥 놔두지를 않는다. 우리가 정글에서 배워야 할 것은 먼저 ‘종 다양성을 인정하라’다. 다른 사람과 나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것을 즐겨라. 상대방을 박살 내겠다는 각오로 덤벼들면 피해는 엄청나게 커진다. 그래서 손자도 “전쟁은 빨리 끝내는 것이 좋다”고 한 것이다. 그렇다고 상대를 의심하지 않고 나만 무장 해제하는 것은 또 다른 위험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정글에서 지속가능한 생존은 힘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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