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중에 스마트폰을 보지 않으면 음식값을 깎아주는 식당이 있다. 미국 뉴저지에 소재한 이 식당은 손님이 식사 중에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으면 밥값의 20%를 할인해 준다고 한다. 이유는 식사 시간만큼은 스마트폰 없이도 온전히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실제로 식사 시간에 스마트폰에만 신경 쓰다가 마주하고 있는 상대방과 맛있는 요리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수시로 살펴보고 이메일, 문자메시지 확인에만 급급하다.
셰리 터클 MIT 교수의 ‘대화를 잃어버린 사람들’은 이처럼 스마트폰에 고개를 파묻는 사람들이 늘어난 현실을 꼬집고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SNS는 ‘공감을 위한 보조 바퀴’로서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지만 본말이 전도되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가 지적하는 SNS의 문제점은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면서 사람들과의 깊은 관계로 들어가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는 점이다.
터클 교수는 2013년 12월 뉴욕 업스테이트에 위치한 홀브룩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예전처럼 우정을 쌓지 않는 것 같다. 서로 안면은 있는데 피상적인 관계에 그친다”며 교육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교사들을 만난다. 교사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학생들의 공감 능력이 매우 떨어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SNS 소통 방식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우정을 정서의 필수 요건으로 생각지 않고 “나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는가?”라는 유용성 차원에서 판단하게 됐다고 한다. 친구를 ‘온라인 대화에서처럼 언제나 원하면 바로 끊을 수 있는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기술을 이용한 근무가 오히려 생산성과 창의력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야후와 IBM 등 글로벌 기업들은 능률을 높이고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재택근무를 실시했지만 부작용을 발견하고 직원들을 다시 일터로 불러들였다. 효율성 증진을 위해 대면회의를 없앴지만, 그 결과 오히려 대화를 통해서만 가능한 질적 향상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터클 교수는 하버드 대학교에서 석박사를 취득한 기술심리 분야 선구자로 지난 2011년 ‘외로워지는 사람들’을 출간하기도 했다. 그의 전작이 기술의 진화를 통해 발생하는 문제를 제기했다면, 이 책은 ‘행동’에 나서자는 요청이라고 말하면서 행동의 핵심은 ‘대화’라고 강조한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느라 상대방에게 집중하지 못하는 습관을 버리고 현실에서 눈앞에 있는 사람과 진짜 필요한 대화를 하라는 것이다.
특히 부모들이 자녀와 함께 있을 때 끊임없이 스마트폰을 본다면 아이들 역시 대화할 줄 모르게 되고 공감 능력을 갖추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또 저자는 고독을 즐길 줄 아는 자가 집중력이 높고 생산성 향상을 가져오는 만큼 고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SNS로 소통하는 것보다 대화가 고독을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킨다고 말한다.
스마트폰을 편의에 맞게 적당히 이용하는 것은 좋다. 저자도 스마트폰과 SNS를 멀리하기보다는 기술을 우리의 창의·혁신·공감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재설정할 것을 요구한다. 다만 저자가 거듭 강조한 이 말만은 마음 깊이 새겨둘 필요가 있다. “우리는 역사의 산물이자, 심오한 심리의 산물이며, 복잡한 관계의 산물이다. 얼굴을 마주하고 나누는 솔직하고 대담한 대화의 산물이다.” 2만1,000원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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