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은 보수의 아성인 영남에서 고전했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부산·경남(PK)지역에서 한국당의 몰락은 우리나라 유권자의 전반적인 투표 행태가 변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의 PK압승은 유권자들이 더 이상 ‘지역주의’ ‘심판론’ 혹은 ‘색깔론’ 등 이념적인 부분보다 자신의 실질적인 이익에 따라 투표를 한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이 TK 지역은 간신히 사수했지만 영남 곳곳에서 이상기류가 감지됐다. 보수의 심장인 대구시장 선거에서 임대윤 민주당 후보(39.7%)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이후 진보계열 후보로는 최고 득표율을 기록했다. 경북지사 선거에서도 4년 전 14% 지지에 그쳤던 오중기 민주당 후보가 34.3%라는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채 치러진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 때도 영남지역은 홍준표 한국당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를 고려하면 영남 민심이 한국당에 ‘횟초리’를 든 것으로 풀이된다.
자신의 지지기반인 영남까지 돌아서자 한국당이 받은 충격은 상상 이상으로 컸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6·13 지방선거 참패에 대해 “이번 선거는 국민이 한국당을 탄핵한 선거”라며 뼈를 깎는 혁신을 다짐했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북미정상회담 등 대형 이슈가 선거 전에 발생하는 등 악재가 많이 겹친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사건을 완전히 극복하는 데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반면 여권은 TK지역을 확보하지 못 했지만 향후 이 지역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데 만족감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영호남 지역주의를 타파하는 데 TK 시민들이 앞장서 줘 감사하다”며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병폐인 지역주의 타파의 기점이 될 중요한 결과”라고 자평했다.
전문가들은 지방선거에서 영남지역의 변화는 유권자들이 ‘이념’보다 ‘실리’를 더 중요시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 민주당은 영남지역 유권자를 겨냥해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 8년간의 지역 경제 침체를 부각하며 문재인 정부와 ‘원팀’임을 역설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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