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러시아 월드컵 개막전에서 SBS ‘빼박콤비’ 해설위원으로 중계에 도전한 박지성은 첫 해설인데도 불구하고 경기 내용에 충실한 깊이 있는 설명으로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날 SBS는 2049 시청률(닐슨코리아)에서는 MBC와 박빙의 승부를 펼치며 2위에 올랐지만, 박지성의 안정적인 중계는 KBS-이영표, MBC-안정환 해설 선배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이어 16일 열린 아르헨티나-아이슬란드 경기에서도 박지성은 이전에 미흡했던 점까지 빠르게 보완하며 중계에 나섰다.
박지성은 깨알 같은 축구 지식과 풍부한 해외 무대에서 쌓은 경기 전략을 풀어내는 것은 물론, 메시를 경기에서 다섯 번이나 상대했던 선수답게 ‘메시 사용법’까지 대방출하면서 시청자들의 흥미를 이끌었다.
경기 시작 전 박지성은 빠른 속도로 방향을 가리지 않고 득점과 어시스트를 노리는 메시를 두고 “그는 뭔가 마법을 부리는 것 같아 시간과 공간을 박탈당하는 기분이었다”라고 전하며 메시의 위력을 실감하게 했다.
경기 중에는 아이슬란드 선수들이 메시를 감당해내지 못하는 모습을 향해 “메시를 1:1로 막을 수 있는 선수는 지구상에 없기 때문에 그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협력수비가 필요하다”라며 “맨체스터에서 메시와 처음 경기를 했을 당시 에브라 선수가 메시를 마킹했는데, 그때마다 내게 도움을 요청했었다”라고 전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한국-아르헨티나 경기에서의 경험담도 이어졌다. 배성재 캐스터가 “당시 메시를 잡기 위해 우리나라 선수 5명이나 그를 둘러쌌는데 그때 공간이 비어 이구아인에게 골을 먹혔다”라고 안타까워하자 박지성은 “그 선수 중 하나가 나였다”라며 자책해 웃음을 자아내는 한편, 그때의 경험을 살려 “메시를 막는답시고 4~5명이 몰리는 수비를 해선 안되고 안정적인 페이스로 수비를 펼쳐야만 메시를 봉쇄할 수 있다”라고 전략을 제시하기도 했다.
박지성은 자신이 제외됐던 굴욕의 10년 전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회상하기도 했다. “퍼거슨 감독님이 결승 전날 메시를 전담해야 한다고 하길래 16강에서 피를로를 원천봉쇄했던 것처럼 메시에게도 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감독님이 그 전술을 사용하지 않았다”라고 당시를 상황을 설명했다. 배성재가 그 이유를 묻자 “몰라요”라며 퉁명스럽게 대답하여 시청자를 폭소케 했다.
한편, ‘축구의 신’ 메시가 버틴 아르헨티나와 사상 첫 월드컵에 도전한 아이슬란드의 치열한 접전이 펼쳐진 D조 조별리그 1차전은 메시가 페널티킥을 실축하며 1:1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메시 이야기로 재미와 경험을 전달한 ‘빼박콤비’ 박지성 해설위원의 중계는 한국과 같은 F조의 첫 경기인 독일-멕시코 경기에서도 만날 수 있다.
/최주리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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