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한 소식통은 “지난주 중 열린 장성급 군사회담에서는 구체적인 군비 축소 방안이 논의되지 않고 양측이 서로 제안하고 듣는 수준에서 끝났다”며 “장사정포의 후선 배치는 우리가 요구한 게 아니라 북측의 제안 가운데 하나”라고 17일 밝혔다. MDL 인근 북측지역에는 사거리 54㎞의 170㎜ 자주포 6개 대대와 사거리 60㎞의 240㎜ 방사포 10여 개 대대 330여 문이 수도권을 직접 겨냥하는 것으로 군 당국은 평가하고 있다.
군의 다른 관계자는 “예전부터 운용적 군비통제의 일환으로 북측의 장사정포 후방 이동 배치가 남북 사이에 논의된 적은 있었다”며 “그러나 14일에는 문구 하나하나를 확인하고 수정하느라 군축 방안을 논의할 시간도 없었다”고 말했다.
북측은 장사정포 철수에 상응 조치로 전방에 배치된 한국군 장거리 155㎜ 자주포와 미 2사단 예하 210 화력여단의 다연장로켓(MLRS)과 전술지대지 미사일(ATACMS) 등의 철수 및 공군 전투기의 MDL 인근 지역 상공 비행 금지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서울이 휴전선과 직선거리가 짧아 서울공군 전투기의 항시 준비 및 출격이 불가피하다”며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내비쳤다.
군사 마니아들은 그동안 자주포 증강과 천무 다연장로켓 시스템 개발 등 포병 화력에 대한 집중 투자로 남북 간 화력 차이가 사실상 역전된 상황에서 북한이 평화 분위기에 편승해 군의 전력을 단번에 무력화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며 대북 군축에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군 관계자는 “북측이 다음 회의부터는 군축과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공동 이용 문제를 본격적으로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며 “한반도 비핵화가 확인된 후에야 군축을 본격적으로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 공보관실은 이와 관련, ‘장성급 고위회담에서 우리 측이 북한 장사정포의 후방 철수를 제안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논의된 적도 없다’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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