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 서비스를 펼쳐온 프랑스의 고민은 30년간 이어져 온 과잉복지와 국가 개입에 대한 뒤늦은 반성이기도 하다. 정부가 아무리 재정을 풀어도 실업률을 낮추고 경제를 살리기는커녕 갈수록 지원 대상만 늘어나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해 국내총생산(GDP)의 31.5%를 사회보장성 지출로 쏟아부어도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국가 지도자로서 이제는 방만한 복지에 천문학적 비용을 쓰기보다 국민이 돈을 스스로 벌 수 있도록 새로운 해법을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프랑스 정부가 국영철도회사의 종신고용을 폐지하고 복지와 연금 혜택을 대폭 축소하는 대신 창업펀드를 조성하고 신산업 발굴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우리는 큰 정부를 내세워 재정을 풀어 일자리를 만들고 경기를 살리겠다고 한다. 내년에도 슈퍼예산이 추진되는 가운데 정부부처마다 앞다퉈 지출을 늘리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 중 복지·고용에 투입될 예산은 사상 처음으로 150조원대 돌파가 예상되는 데 반해 연구개발(R&D)이나 산업경쟁력을 키우는 분야의 예산은 해마다 제자리걸음이다. 정부가 분배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혁신성장 같은 근본적 구조개혁에 신경 쓸 여력이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최상의 복지정책은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다. 그러자면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이들이나 서민층을 위한 재교육과 직업훈련 등 사회안전망을 더욱 촘촘하게 할 수 있도록 지원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우리도 언제까지 잡은 물고기를 나눠주는 데 만족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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