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능동적 삶과 공동체 의식을 가르쳐야 합니다. 교육개혁 없이는 4차 산업혁명도, 미래도 없습니다.”
벤처 업계의 대부 고영하(66·사진) 한국엔젤투자협회·고벤처포럼 회장은 최근 경기 성남 킨스타워에서 성남산업진흥재단의 주최로 열린 ‘4차 산업혁명과 백년대계’ 강연에서 교육정책 부재가 한국 경제를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 회장은 일본의 ‘25년 장기불황’을 뒤따라 가고 있는 한국이 앞으로 20년간 어려운 국면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조선·철강·자동차 등 주력 산업들이 흔들리고 있는데 정부는 이를 위기로 보지 않는다”며 “위기상황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곧 위기”라고 지적했다.
패스트팔로어(빠른 추격자) 같은 모방전략으로는 더 이상 미래가 없고 이를 극복할 퍼스트무버(선도자) 전략의 필요성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구호만 요란할 뿐 논리와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처럼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은 여전히 모호한 개념으로 남아 있다”며 “혁신성장을 이루려면 관련된 정부 예산·회계부터 산업진흥책·홍보 및 교육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회장에게 4차 산업혁명은 급속한 지식축적과 인공지능(AI)·블록체인 등으로 대표되는 기술적 진보와 함께 인류의 초장수 시대와 협력의 시대로 정의된다. AI 분야 선두기업인 구글은 양자컴퓨터를 이용해 인류의 모든 질병원인을 밝히겠다고 공언했다. 세계적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이 AI가 인류의 지능을 뛰어넘는 이른바 ‘특이점’의 발생 시점으로 지목한 오는 2045년이 되면 평균 수명 120세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고 회장은 “그런 초장수 시대가 과연 인류에게 축복인가를 생각해야 한다”며 “수명 70세에 짜맞춰놓은 지금의 연금구조나 청년들이 열망하는 공무원 같은 직업이 미래 세대에는 전혀 안전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 회장은 평생 한가지 직업으로 사는 것은 불가능하며 일생에 한번은 창업해야 하는 시대가 온다고 단언했다. 그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지금 자녀들에게 사회 첫걸음을 능동적으로 시작하도록 교육해야 한다”며 “열정 호르몬이 나오는 시기에 자기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협력과 공동체 의식을 높이는 교육도 주문했다. 그는 “2차대전 이전 독일은 경쟁을 부추기는 교육으로 히틀러 같은 괴물을 만들어냈다”며 “우리가 신봉하는 수월성 교육은 갈등을 불러오는 교육이며 융합과 협력이 바탕인 4차 산업혁명과도 배치된다”고 설명했다.
그도 매월 열리는 스타트업 네트워크 공간인 고벤처포럼을 통해 ‘우리가 나보다 똑똑하다’는 명제를 증명하고 있다. 연세대 의대를 중퇴한 그는 지난 1999년 인터넷TV ‘셀런TV’를 공동 창업하고 하나로미디어 회장, SK브로드밴드미디어 회장, 고벤처파트너스 대표 등을 역임했다. 셀런TV를 매각한 후 만든 고벤처포럼은 올해로 11년째를 맞았다.
지금도 매일 아침 자신에게 질문한다고 소개한 고 회장은 “미래 세대에 필요한 것은 생각하는 힘과 실패 경험만큼 인생의 큰 스승은 없다는 것을 가르치는 교육”이라고 말했다.
/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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