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아사히 신문은 모디 총리 집권 후 이뤄지고 있는 교과서 개편은 이슬람교도 등 소수파 배척의식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18일 보도했다.
인도 서부 라자스탄주에서 재작년 공립학교 사회교과서에서 초대 총리 자와할랄 네루에 관한 내용이 삭제되는 등 조치를 가리킨 것이다.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마하트마 간디 암살사건에 대한 언급도 없다. ‘힌두교도가 아니면 인도인이 아니다’라는 생각에 기울어 신화와 역사적 사실을 혼동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간디와 네루는 모디 총리가 이끄는 여당 인도국민당의 라이벌 정당인 인도국민회의 소속이었다. 인도국민회의 총재는 현재 네루의 증손자인 라훌 간디가 맡고 있다.
인도국민당 지지 모체로 모디 총리의 출신단체이기도 한 ‘민족봉사단(RSS)’은 힌두교 전통에 따른 사회통합을 목표로 내걸고 있다. RSS는 “간디도, 네루도 이슬람교도에 저자세를 보이면서 힌두교도를 핍박했다”고 비난해왔다.
네루에 관한 내용이 삭제된 새 교과서에는 RSS 사상에 영향을 미친 사바르카르에 관한 내용이 대신 들어갔다. ‘힌두교 국가’를 주창한 인물로 간디 암살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연방제인 인도에서 교과서 내용은 주정부가 결정한다. 교과서 개정은 라자스탄주를 비롯, 인도국민당이 정권을 장악한 각 주로 확산하고 있다.
교과서를 먼저 개정한 주(州)는 모디 총리가 2014년 연방 총리가 되기 전까지 주 총리를 지낸 구자라트주다. 구자라트주는 교과서에 이슬람교도와 기독교도를 ‘외래자’로 규정하고 RSS의 애창가를 추가로 집어 넣었다. 2014년 인도의 한 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교과서 개편 지지여론이 69%에 달했다.
인구의 15%정도인 이슬람교도는 유력한 전국 정당이 없어 인도국민회의를 지지하는 경향이 강하다. 인도 정부가 내년 실시될 전망인 차기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정권에 유리하도록 역사왜곡을 펼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 산하 마이노리티위원회의 자훌르 칸 위원장은 “모디 정부는 힌두교도가 ‘본래 인도인’이고 이슬람교도와 소수파는 ‘외래자’로 치부하고 있다”며 “정권은 표를 많이 얻고자 우리 소수파에 대한 증오를 더욱 조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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