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멕시코가 접경하는 리오그란데 강에서 150㎞ 떨어진 상류에 자리잡은 소도시, 맥앨런에 미국 사회의 이슈로 떠오른 불법이민자 격리시설이 있다고 NBC·CNN 등 미 방송이 18일(현지시간) 전했다. 미 국토안보부(DHS) 관리들이 ‘우슬라’라고 부르는 이 수용시설은 불법 이민자를 전원 기소하는 무관용 정책이 지난달부터 시행되면서 수용자가 부쩍 늘었다.
7만7,000 제곱피트(7,150㎡, 약 2,150평) 정도 면적의 시설에 현재 1,129명이 수용돼 있다고 한다. 수용자 중에는 아동과 미성년자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NBC 방송은 “수백 명의 젊은 이민자들이 철망 안에 갇혀 있다. 가축 사육용 우리처럼 보이기도 하고 야구 연습용 배팅 케이지처럼 보이기도 한다”면서 “이곳이 트럼프 행정부 이민정책의 진앙”이라 보도했다. 지난달부터 불법 이민 부모-아동 격리 지침에 따라 텍사스 남부 리오그란데 강 주변 지역에서만 1,174명의 아동이 격리됐는데 이 중 상당수가 맥앨런의 수용시설로 보내졌다고 한다.
마누엘 파티야 세관국경보호국 책임자는 “여기서 대기하던 아이들은 보건복지부가 운용하는 시설로 옮겨진다. 부모들은 기소된 이후 연방법원의 재판을 기다리기 위해 별도의 구금시설로 이송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이들이든, 어른이든 이곳에서는 72시간 이상 수용자를 구금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한마디로 ‘미처리’ 상태인 불법 이민자의 임시보호시설인 셈이다.
그러나 미 보건복지부(HHS)가 운용하는 아동 보호시설도 이미 상당수 차 있는 상태여서 수용자를 받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NBC 뉴스는 지적했다. CNN은 “맥앨런의 보호시설에서 7일 넘게 구금돼 있었다는 청소년이 많이 있다”고 전했다.
세관국경보호국 측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맥앨런 수용시설에 기거하는 이민자들은 콘크리트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고 은박지처럼 얇은 ‘마일라 블랭킷’이라고 불리는 일종의 절연 담요를 덮고 잔다고 한다.
당국은 맥앨런 보호시설에서 17세 이하 여자아이와 17세 이하 남자아이, 아이가 있는 여성 등을 세분해 수용한다고 설명했지만 현장 부책임자 존 로페스는 “인력의 절대 부족으로 아직 절반도 채 분류하지 못했다”고 NBC 방송에 털어놨다.
수용시설에서 미성년 아동들이 처한 열악한 환경 역시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미성년 수용자는 수백 명인데 아동 복지 문제를 전담할 사회복지담당 인력은 단 4명뿐이라고 CNN은 지적했다.
부모들은 임시 보호시설에서 기소될 경우 재판을 기다리는 구치소로 옮겨지기 때문에 자식과 이별하게 된다. 부모들은 이때 ‘운명의 시트’로 불리는 쪽지를 받는다. 여기에는 나중에 아이들을 어디서 찾게 될지 등을 안내하는 내용이 들어있다고 NBC 뉴스는 전했다. 세관국경보호국 측은 부모가 불법 이민 혐의로 재판을 받고 나면 콜센터 등을 통해 아이들을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격리시설 현장에 방문한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CNN에 “한 여성이 구금시설 안에서 어떻게 딸을 찾을지 모르겠다고 울부짖는 모습을 봤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을 강도높게 비난했다. 제프 머클리(오리건) 민주당 상원의원은 “2주 전에 이곳 구금시설에 왔을 때는 상황이 훨씬 열악했다. 매우 좁은 공간에 아이들이 수감돼 있었다”면서 “지금은 (언론 공개를 위해) 잘 정돈된 상태인 것 같다”고 비판했다. 수용시설 밖에서는 미국 각지에서 온 인권단체와 이민자 권리 옹호단체 회원들이 부모-아동 격리 등 무관용 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미 방송이 전했다.
/권혁준인턴기자 hj779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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