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질병 관리를 책임지는 세계보건기구가(WHO)가 게임중독을 정신질환으로 분류하는 작업에 착수한다.
WHO는 18일(현지시간) 국제질병분류 제11차(ICD-11) 개정판에 게임중독을 등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강박적으로 게임을 해야 한다고 느끼는 게임중독을 처방이 필요한 건강 상태로 분류해 질병으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개정판은 내년 5월 WHO 총회에서 회원국 간 논의를 거쳐 확정되며 오는 2022년부터 적용된다.
셰크하르 삭세나 WHO 정신 건강 및 약물남용 담당 국장은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과학적 증거에 기반해 게임장애를 질병으로 올려야 한다는 의견을 받아들였다”며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치료에 대한 수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제질병분류는 전 세계의 질병·장애·부상을 판단하거나 건강상태를 진찰할 때 기준이 된다. WHO는 올해 총회에서 게임중독을 정신질환으로 보고 ‘게임장애(gaming disorder)’ 질병 코드를 부여한 ICD 개정판을 논의하려 했으나 반대 의견이 거세 계획을 유예한 바 있다.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게임장애를 정신질환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게임장애가 약물·도박 중독과 상당히 유사한 증상을 일으킨다고 주장한다. 게임을 최우선시하고 자기 통제가 어려우며 궁극적으로 자신과 가족, 사회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힌다는 것이다. CNN은 일반적으로 ICD에 등재되기 위해서는 동일한 증상이 12개월 간 지속돼야 하지만 다른 요건을 충족할 경우 정신질환으로 등재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WHO가 게임중독을 정신질환으로 등재하는 작업에 착수하면서 내년 총회에서는 회원국 간 격론이 예상된다. WHO는 “정부와 가족, 보건의료 종사자들이 게임중독의 위험을 좀 더 경계하고 인식하는데 질병코드 부여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게임업계는 게임장애가 질병으로 인정되면 각종 추가 규제가 불가피해져 게임 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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