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부터 시행되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경영계는 비상이 걸린 상태다. 정부는 기업들이 충분한 준비를 마쳤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경총이나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가 마련한 근로시간 설명회는 기업들의 신청이 몰려 일찌감치 마감되는 사태마저 빚어지고 있다. 판단 기준이 모호한데다 노사 합의로 결정해야 할 부분이 많아 답답해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오죽하면 로펌이 상담업무 폭증으로 때아닌 특수를 누린다는 말까지 나오겠는가. 기업인들이 계도기간을 늘려달라는 것도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 때문에 범법자로 내몰리는 상황이라도 막아달라는 절박한 호소일 것이다. 이런 판국에 노사 합의로 결정하거나 그도 아니면 사법 판단에 맡기라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연장근로 문제도 해법을 못 찾기는 마찬가지다. 석유나 화학·철강 등 장치산업은 3년 주기로 대규모 정기보수에 들어가야 하고 건설업은 공기 지연에 따른 연장근로가 불가피하다. 물론 사람을 더 채용하면 된다지만 단기간에 필요한 인력을 뽑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독일이나 영국·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며 노사 합의로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는 것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외국 기업은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며 자유롭게 뛰는데 우리만 낡은 규제로 꽁꽁 묶어놓는다면 어떻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겠는가.
기업들은 차제에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데 앞장서겠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다만 현장의 혼란을 줄일 수 있도록 최소한의 개선책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근로시간 개편의 연착륙을 위해서라도 산업계의 건의를 대폭 수용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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