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형 일자리의 첫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 현대자동차 광주 완성차 공장 설립에 급제동이 걸렸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광주시와의 투자협약에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빨간 불이 켜진 것이다. 특히 19일 예정이었던 완성차 공장 투자 협약식이 무기 연기된 상황이어서 최악에는 공장설립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현대차 노조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사측이 내년부터 울산공장에서 양산 예정인 신차나 다른 차량 물량 일부를 제삼자인 광주형 위탁공장에 투자해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것은 업무상 배임이자 신의성실 원칙에 위반한다”며 “단체협약상 신차종 개발 생산을 외주줄 때도 노사공동 심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노조의 반대에도 사측이 광주형 위탁공장에 투자하는 것은 올해 임금협상에서 사측이 노조에 선전포고한 것”이라며 “사측이 협약서에 사인하면 즉각 고소·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노조의 반대를 어느 정도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노조가 강경하게 반발하자 광주시와 현대차 측은 당황한 기색이다. 광주시는 투자 협약식 연기의 배경으로 ‘일부 사안에 대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양측은 합작법인 이사회 구성, 경영책임 부담, 위탁 생산 차종과 가격 등에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자치단체와 대기업이 합작법인을 설립한다는 최초의 실험을 앞두고 양측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하지만 이날 노조의 반발이 구체화하면서 협약식 연기의 배경이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광주시와 현대차는 투자의향서 제출 이전부터 합작법인 설립과 차량 생산 방식 등에 대한 논의를 해오던 상황이어서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왔다. 광주시는 정종제 행정부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협상단을 꾸려 1주일에 3차례씩 협상을 벌이는 등 이달 안에 협상 마무리를 공언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이날 예상보다 강한 노조의 반발이 일자 광주시와의 협상을 미루고 노무 담당자들이 울산 현지로 달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도 당사자는 아니지만 현대차가 노조를 잘 설득해 투자협약이 원만히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 이번 협약이 광주형 일자리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노사민정 대타협을 통해 임금을 기존 업계의 절반으로 줄이는 대신 일자리를 늘리자는 정책이다. 광주시는 신규 자동차 생산공장 신설 사업을 이 형태로 추진하고 현대차가 참여 의향서를 제출해 현재 협약을 앞둔 상태다. 현대차는 2대 주주로 참여해 지분참여자 초기투자금 2,800억원의 19% 수준인 530억원가량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 관계자는 “애초 오늘도 현대차와 협상을 하려고 했는데 노조의 반발에 실무진이 울산에 내려가는 바람에 미뤄졌다”며 “노조와 합의하기를 마냥 기다릴 수 없으므로 노조의 반발에도 흔들림 없이 협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홍승희인턴기자 shhs95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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