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을 불렀던 한미연합훈련이 결국 중단됐다. 한미 양국의 국방부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유예(suspend)한다”고 19일 새벽 공식 발표했다. 미국 내 반론이 적지 않음에도 결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지대로 결론이 났다. 한미가 ‘훈련 유예’라는 당근을 던졌지만 북한이 비핵화 세부조치를 내놓을지는 의문이다.
◇‘안보를 돈으로 환산, 비용 때문에 중단’?=갑자기 불거져나온 연합훈련 중단 소식에 국내에서는 ‘코리아 패싱’ 논란이 일었다. 우리 안보의 주요 축인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북한과 미국이 논의하는 사실조차 몰랐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국방부는 물론 청와대조차 인지하거나 사전에 통고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방부도 처지는 비슷하다. 사전에 언질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왜 미 국방부를 배제하면서까지 훈련 중단을 관철했을까.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밝힌 명분은 돈에 있다. 정말 돈이 많이 들어갈까. 미국의 전략폭격기 3종을 한반도에 한 번 전개하는 데 드는 비용이 120억원으로 알려졌으나 인건비와 유지보수비·운용지원비 등을 모두 합쳐도 37억원 정도다.
◇北 비핵화 압박조치=비용보다 중요한 점은 28년 만에 중단된 연합훈련이 얼마든지 재개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어기면 훈련이 재개된다’는 말이나 ‘훈련 무기한 중단’이 다 똑같은 말이다. 우리 국방부는 ‘유예’라는 표현에 매달리지만 이 역시 ‘중단’과 사실상 차이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언제든지 뒤집을 수 있는 가역적 수단인 군사훈련 중단이라는 카드를 활용해 비가역적 목표인 비핵화를 압박한 셈이다. 한미연합훈련 중단이 공식화함에 따라 북한도 곧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내년 봄까지 훈련 중단=북한과 미국이 행동 대 행동으로 주고받는 구조는 미국 중간선거가 열리는 오는 11월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방부는 올해 8월 UFG 연습 중단만 확인할 뿐 내년 연습에 대해서는 ‘한미가 긴밀하게 공조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으나 사실상 내년 연습도 물 건너갔다. 이맘때면 UFG 연습의 최종 계획을 짜고 바로 이어서 내년 연습의 최초계획 및 중간계획 점검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일정상 그럴 만한 여유가 없다. 주요지휘관들에게는 내년 연합훈련 계획을 세우기 위한 회의가 연기된다는 소식이 이미 내려갔다.
◇후속조치도 급물살 탈 듯=국방부는 8월 UFG 연습에서 미군과의 연합훈련인 FG 훈련 중단만 명시해 한국군의 독자적인 을지(U)훈련은 진행된다는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청와대의 입장은 약간 다르다. 자칫 전쟁 억지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와중에서도 후속조치들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있다. 지난 14일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북측이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장사정포 및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의 해안포 철수, 비무장지대의 실질적 비무장화와 NLL 평화수역화 등이 북미 간 공조 분위기 속에서 우리 사회 내부의 논란거리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권홍우·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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